(서울=연합인포맥스) 강수지 임하람 기자 = 서울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외환 당국이 갑작스럽게 내놓은 달러 유동성 공급 방안에 대해 시장 안전판 역할을 기대하면서도 당장의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평가했다.

30일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 등 외환 당국은 새로운 정책 수단 확보 노력의 일환으로 환매조건부(RP) 외화채권 매매를 통한 외화 유동성 공급 제도 도입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한은의 외환 보유액을 활용해 은행 및 보험사·증권사 등이 보유한 외화채권을 환매조건부로 매입해 미국 달러화 자금을 금융기관에 공급하는 방식이다.

한은은 외화자금 공급과 동시에 외화채권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외환 보유액 규모에는 변동이 없다며 매입 채권도 언제든 처분 가능해 외환 보유액의 가용성도 제약하지 않는 방법이라고 전했다.

다만, 이 같은 당국의 안전판 마련에도 환시 참가자들은 제도 발표와 시행 시기에 대해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미국채권을 들고 있으면 이를 담보로 달러화를 대출해주겠다는 것"이라며 "지금 그 정도로 급한 금융기관은 없어 안전띠 확인 정도로 본다"고 말했다.

A 은행의 외환 딜러도 "일단 당국의 유동성 공급 방안 마련은 달러-원에 하락 요인"이라며 "지난번 증권사 달러 유동성 부족 사태로 곤욕을 치른 만큼 이번 조치가 그에 대한 안전판 역할을 할 듯하다"고 전했다.

이들은 이번 조치가 미국 채권 보유 비중이 높은 보험사에 특히 유리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B 은행의 외환 딜러는 "보험사는 미국채는 많지만, 단기 유동성 자체가 별로 필요가 없어서 실익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며 "증권사의 경우 미국채를 들고 있는 것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외화자금시장의 유동성 상황이 나쁘지 않다는 점에서 당국의 대책 마련 시기에 의문을 다는 분위기도 있다.

C 은행의 딜러는 "미국채를 많이 보유했으나, 달러 또한 많은 상태"라며 "한미 통화 스와프를 활용한 자금 대출을 연장하는 방안도 있었을 텐데, 약간 복잡하게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증권사의 경우 미국 채권 보유량이 많지 않아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다.

D 증권사의 딜러도 "당국 입장에서 (유동성 확보를 위해) 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한 것이지만, 미국 국채로 대상이 한정돼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다"며 "미국채를 많이 보유한 증권사가 많이 없다"고 말했다.

E 증권사의 딜러는 "방향은 긍정적이지만, 담보가 미국 국채로 한정돼 증권사는 제한적인 활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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