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보유액 활용해 증권·보험에 약 200억 달러 대출 가능할 듯



(서울=연합인포맥스) 전소영 기자 = 한미 통화스와프 자금을 활용한 외화대출 만기 연장에 나서지 않았던 외환 당국이 미국 국채를 담보로 한 달러 자금 공급을 추진한 데는 외환 스와프 시장 안정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외환 당국이 안전판을 만들어 언제든 적극적인 시장안정에 나설 수 있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30일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는 '환매조건부(RP) 외화채권 매매를 통한 외화 유동성 공급 제도'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이 제도는 외환보유액 자금을 미 국채 담보로 외화가 필요한 기관에 공급해 일시적 달러 유동성을 완화하려는 목적을 갖고 있다.

4월 말 기준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약 4천억 달러로, 세계에서 9번째로 큰 규모다.

외환보유액이 풍부한데도 한국은 대내외 위기가 발생할 때마다 달러 자금이 부족해 외환시장이 크게 흔들렸다.

외환 당국은 위기 시 외환시장 안정을 모색할 수 있는 방안을 오랫동안 고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고민 끝에 미 국채를 활용한 대출 제도를 추진함으로써 시장 안전판 기능을 하나 더 만들었다.

올해 2월 말 현재 보험사와 증권사가 보유한 미 국채와 정부기관채 보유 규모는 약 232억 달러다. 현재 이론상으로는 최대 232억 달러 규모의 자금 공급이 가능한 셈이다.

물론 이 중 이미 담보로 잡혀있는 채권을 제외한다면 가용한 규모는 이보다 줄어들 수 있다는 게 외환 당국과 외환시장 참가자들의 설명이다.

이번 제도가 실시되면 외화자금시장은 지난 3월 한은이 실행한 한미통화스와프 활용 대출과 유사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당국은 RP 기간을 88일 이내로 설정했다. 3개월 이내로 자금을 쓸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제도가 실행되면 FX 스와프 시장에서는 3개월 안쪽 구간에서의 비드가 유입되면서 스와프 포인트가 개선되는 효과가 생긴다.

시스템은 9월 말까지 완료할 계획이다. 공교롭게도 한미 통화스와프가 연장되지 않는다면 9월 말 만기를 맞게 된다.

한은 관계자는 "평상시에는 외환시장이 제 기능을 할 수 있지만, 스트레스 상황에서는 통화스와프와 외환보유액으로 대응해왔었다"며 "한국의 대외 채권이 많이 늘었는데 민간자금을 활용해 새로운 정책수단을 확보하는 차원이다"고 말했다.

그는 "9월 말에 시스템을 만든다고 반드시 시행하는 것은 아니고, 안전판 차원이기 때문에 시장 상황을 모니터링하면서 시행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syj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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