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DB그룹이 창업주인 김준기 전 DB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남호 DB금융연구소 부사장을 그룹 회장에 선임하면서 2세 경영의 막을 올렸다.

DB그룹은 1일 김남호 부사장을 신임 그룹 회장에 선임했다고 밝혔다.

김준기 전 회장의 퇴임 이후 그룹 회장을 맡아 온 이근영 회장은 물러난다.

김 회장은 김준기 전 회장의 장남으로 DB손해보험(9.01%)과 DB Inc.(16.83%)의 최대 주주다.

DB손해보험은 DB생명, DB금융투자, DB캐피탈 등을, DB Inc.는 DB하이텍과 DB메탈 등을 지배하고 있다.

김 회장은 1975년생으로, 경기고와 미국 미주리 웨스트민스터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시애틀 워싱턴대에서 경영학 석사(MBA)를 취득했다. 미국 UC버클리대에선 파이낸스과정을 수료했다.

2009년 동부제철 차장으로 입사해 동부팜한농 부장과 DB금융연구소 부장, DB금융연구소 상무 등을 거쳤다.

DB그룹은 김 회장이 전공인 금융분야에서 쌓은 전문지식과 국내외 투자금융 전문가들과의 인적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2010년대 중반 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 DB INC.의 유동성 위기를 해결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동부팜한농·동부대우전자 등의 매각작업에 깊이 관여해 DB그룹이 구조조정을 마무리하고 금융·IT 중심으로 그룹을 재정비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최근에는 DB메탈의 워크아웃 졸업을 위해 유상증자를 이끄는 등 DB메탈의 경영정상화를 끌어냈다.

김 회장은 또 DB금융부문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은 DB금융연구소로 자리를 옮겨서는 금융 계열사들의 중장기 발전전략을 구체화하고, 이를 경영현장에 빠르게 접목하는 리더십을 발휘해 왔다.

DB금융 부문은 상당수 기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실적이 악화한 것과 대조적으로 올해 1분기 매출액 5조8천억원, 순이익 1천600억원을 달성하는 등 전년보다 개선된 실적을 거뒀다.

김남호 회장은 내년 초 정기주총을 거쳐 그룹 제조서비스부문의 실질적 지주회사인 DB Inc.의 이사회 의장도 겸임할 예정이다.

김남호 회장이 취임함에 따라 DB그룹은 창업 이래 50년 가까이 그룹을 이끌어 온 창업자 시대가 끝나고 2세 경영 시대로 전환했다.

김남호 회장을 보좌하는 새로운 경영진을 중심으로 세대교체가 급속히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남호 회장 체제로의 전환은 예견돼 왔다.

김준기 전 회장이 지난해 3번째 암 수술을 받는 등 건강이 좋지 않아 사실상 경영 복귀가 어려운 상황이고, 김남호 회장은 이미 2000년대 초반부터 그룹 지배 구조상 정점에 있는 계열사들의 최대 주주 지위를 확보해 왔기 때문이다.

김남호 회장은 김준기 전 회장 퇴임 후에는 이근영 회장을 보좌하며 그룹 경영을 이끌기 위한 준비과정을 밟아왔다.

이근영 회장은 2017년 9월 그룹 회장에 취임해 김준기 전 회장의 갑작스러운 퇴임으로 인한 리더십의 공백을 최소화하고 짧은 시간에 그룹 경영을 안정시켰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83세의 고령으로 최근 체력적 부담이 커지면서 여러 차례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혀왔다.

이 회장은 지난 6월 말 그룹 회장단과 계열사 사장단이 참석한 그룹 경영협의회에서 퇴임 의사를 공식화하고,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초유의 경제위기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대주주인 김남호 부사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 줄 것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강남구 대치동 DB금융센터 대강당에서 열린 그룹 회장 이취임식은 코로나19에 따른 거리 두기 차원에서 그룹 주요 경영진과 임직원 일부만 참석한 가운데 치러졌다.

김남호 회장은 취임사를 통해 "국내외 경제가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중임을 맡게 돼 무거운 책임감과 사명감을 느낀다"며 "앞으로 DB를 어떠한 환경변화도 헤쳐나갈 수 있는 지속성장하는 기업으로 만들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또한 각 사 경영진과 임직원들에게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해 상품 기획, 생산, 판매, 고객서비스 등 모든 분야에서 디지털 컨버전스 구축과 온택트(대면) 사업역량을 강화해 달라"고 당부했다.

DB그룹은 1969년 김준기 전 회장이 24세의 나이에 창업했다.

1970년대 초반 중동 건설시장에 진출해 큰 성공을 거둔 이후 철강과 소재, 농업, 물류, 금융 등 국가 기간산업에 투자해 그룹 성장의 발판을 다졌다.

창업 30년 만인 2000년 10대 그룹으로 성장했으며, 2010년대 중반 구조조정을 겪으며 보험과 증권, 여신금융, 반도체, IT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했다.

2019년 말 기준으로 금융부문 포함 자산규모는 66조원이며, 매출액은 21조원이다.

mr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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