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변명섭 정원 기자 = 막판까지 효성캐피탈의 인수를 '저울질'했던 애큐온캐피탈이 최근 내부 논의 끝에 이번 인수전에서 발을 빼기로 결정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설비금융에 특화된 효성캐피탈의 강점과 별도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필요하지 않은 국내 캐피탈사의 특성을 감안할 때 다수의 원매자가 관심을 보일 것으로 보고 있다.

애큐온캐피탈의 고위 관계자는 1일 "효성캐피탈을 관심 있게 지켜본 것은 사실이지만 이번 예비입찰에는 참여하지 않기로 방향을 정했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의 여파로 인수·합병(M&A) 타이밍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진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애큐온캐피탈은 올해 초부터 효성캐피탈에 큰 관심을 보여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업계에서는 최대주주인 베어링PEA가 볼트온(유사기업 M&A) 전략을 통해 애큐온캐피탈의 몸집을 불린 뒤 국내 금융지주들을 상대로 매각 작업을 진행할 것으로 보는 시각도 많았다.

비교적 규모가 있는 캐피탈사 인수를 통해 사업 포트폴리오 강화를 도모하는 금융 그룹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설비금융과 자동차금융에 강점을 보이는 효성캐피탈을 인수할 경우 기존 포트폴리오를 대폭 개선하는 것이 가능했던 점도 이러한 전망을 강화하는 요인이었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애큐온캐피탈의 경우 향후 투자금 회수를 위해서는 볼트온 외에는 답이 없다고 보고 여전히 다양한 매물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예비입찰에는 참여하지 않더라도 상황을 지켜본 뒤 본입찰 단계에서 마음을 바꿀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애큐온캐피탈이 인수전에서 이탈하더라도 딜의 '흥행'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유사한 사업구조를 보유한 뉴질랜드의 UDC파이낸스 인수전에 다수의 글로벌 투자자들이 관심을 보인 점이 향후 예비입찰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올해 초 진행된 UDC파이낸스의 본입찰에는 아폴로매니지먼트그룹과 TPG, 서버러스 등 글로벌 PE들은 물론 현지 금융업체인 허트랜드 뱅크와 일본 신세이은행 등 다수의 투자자들이 참여했다.

그 결과 신세이은행은 UDC파이낸스의 인수가(價)로 4억7천700만달러를 제시하며 이달 2일 본계약을 체결하는 데 성공했다.

치열한 경쟁 양상을 보이면서 매각가도 주가순자산비율(PBR) 대비 1.25배까지 오른 셈이다.

효성그룹 또한 이러한 분위기를 고려했을 때 PBR 대비 1.2배에 육박하는 5천억원 수준에서 효성캐피탈을 매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IB 관계자는 "UDC파이낸스 딜에 참여했던 곳들이 비슷한 구조를 보유한 효성캐피탈 딜에도 관심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며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따로 필요하지 않은 점도 딜의 진입장벽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했다.

캐피탈사의 경우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라 대주주적격성심사 절차 없이 매각이 이뤄진 뒤 2주 내에 사후보고만 하면 된다.

애큐온캐피탈을 품었던 베어링PEA 또한 애큐온저축은행의 지분 100%를 보유한 애큐온캐피탈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피하기도 했다.

아울러 효성캐피탈의 경우 현재 신용등급이 업계 하위권인 만큼, 향후 주주 변경을 통해 조달금리 측면에서도 '업사이드 포텐셜(상승 잠재력)'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도 많다.

현재 신용등급이 'A-'인 효성캐피탈의 3년물 등급민평은 2.830% 수준인데, 한 노치 위인 'A' 등급의 평균은 2.476%로 35bp 이상 낮다.

캐피탈사의 제품원가에 해당하는 조달비용을 낮추는 것이 순이익 개선을 위한 최우선 순위에 해당한다.

캐피탈업계의 한 관계자는 "효성캐피탈의 경우 비교적 열위한 신용등급을 보유하고 있는 가운데서도 안정적인 성장을 이뤄왔다"며 "우량한 주주를 확보할 경우 향후 신용등급이 1~2 노치 상승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편, 효성그룹은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금산분리 규제에 따라 금융사인 효성캐피탈의 지분 97.49%를 연내 매각해야 한다.

효성캐피탈의 예비입찰은 이달 10일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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