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김지연 기자 = 4번째 도전 끝에 새 주인을 찾은 KDB생명의 매각 작업이 또다시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매각 주체 중 한 곳인 칸서스자산운용이 우선협상대상자인 JC파트너스로의 매각에 반대하는 '비토권(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칸서스는 산업은행과 JC파트너스의 주식매매계약(SPA) 체결 전 비토권을 사용하는 방안에 대해 검토 중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지난달 30일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과정에서 칸서스가 매각금액이 낮다는 이유로 반대 의사를 나타낸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산은과의 계약 당시 넣은 비토권 조항에 따라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했더라도 최종 계약이 성사될 수는 없다"고 전했다.

산은은 2010년 금호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 갑작스럽게 금호생명보험을 떠안게 됐다.

이후 민영화를 염두에 두고 칸서스와 함께 6천500억원 규모의 KDB칸서스밸류사모투자전문회사(PEF)를 설립한 뒤 그 밑에 특수목적회사(SPC) KDB칸서스밸류유한회사를 둬 인수했고, 사명을 KDB생명으로 바꿨다.

현재 KDB생명의 최대 주주는 KDB칸서스밸류 유한회사(65.80%)와 KDB칸서스밸류 PEF(26.93%)다.

KDB칸서스밸류 PEF는 산은이 68.2%의 지분을, 칸서스자산운용이 2.47%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지분율만 보면 산은이 월등히 높지만, 칸서스는 PEF 설립 계약 당시 조항에 따라 비토권을 확보했다.

이에 따라 산은은 칸서스 동의없이 KDB생명 매각을 위한 SPA를 체결할 수 없다.

칸서스는 1조원이 넘는 장부가를 가진 KDB생명을 헐값에 넘겨 손실을 봐야하는 것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KDB생명의 매각가는 약 5천500억원으로 알려져 있는데, JC파트너스가 산은이 보유한 KDB생명 지분을 2천억원에 사들이고 신규 발행 주식 3천500억원어치를 추가로 매입하는 방식이다.

칸서스 측은 신주 발행을 제외하면 기존 KDB생명의 가치를 2천억원으로 평가한 것으로, 이 경우 수백억 원의 추가 손실이 발생한다는 입장이다.

칸서스는 KDB생명 인수 이후 2016년 224억원, 2017년 29억원, 2018년 72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는데, 손실의 주된 원인 중 하나가 KDB생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고비용 구조와 시장 경쟁 격화, 저금리 장기화 등으로 KDB생명이 매년 순손실을 기록하면서 그 부담이 고스란히 전가됐다는 얘기다.

산은은 2014∼2016년 세 차례 매각을 추진했으나 마땅한 인수자를 찾지 못해 모두 실패하면서 KDB생명의 경쟁력은 더욱 악화했다.

결국 지난해 9월 말 매각 공고를 내면서 4번째 도전에 나섰고, JC파트너스의 KDB생명 인수 부담을 낮추기 위해 투자 손실 위험도 가장 먼저 감당하기로 했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칸서스는 산은만 믿고 투자했다가 손실만 보고 나가게 되는 상황이라고 본다"면서 "비토권을 행사하지 않을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칸서스는 비토권을 행사하면서 KDB생명의 청산을 대안으로 제시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실제 KDB생명 매각이 무산되는 상황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비토권을 행사한다고 하더라도 KDB생명으로 인해 손해를 봤다는 증명 책임이 칸서스에 있어 쉽지는 않을 것"이라며 "산은이 SPA 체결 전까지 칸서스와 합의점을 도출해 내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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