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진정호 기자 = 코로나19 사태 이후 글로벌 증시가 급등락하는 과정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지수가 높은 기업의 주가가 시장 수익률을 상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ESG가 좋은 기업이 다양한 이슈에 잘 준비된 경영 체제를 갖췄기 때문일 것이라고 NH투자증권이 분석했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최근 '2020년 기업지배구조보고서:의무 공시 2년 차'라는 보고서를 냈다. 기업지배구조보고서의 공시가 의무화한지 2년 차인 시점에 ESG의 현황을 파악하는 작업이다.

NH투자는 보고서에서 "코로나19 같은 예상치 못한 위기상황에 ESG는 기업의 회복 탄력성을 높이는 데 중요하게 작용한다"며 "동일한 산업 내에서 ESG가 좋은 기업이라면, 우량한 G(지배구조)가 S(구성원, 협력업체, 지역사회 등 이해관계자)와 E(환경 경영)의 다양한 이슈에 잘 준비된 경영체제를 갖추었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예상했다.

NH투자는 ESG 요소를 잘 구축한 기업일수록 재무 여건이 탄탄해 실적 회복 속도가 빠르고 ESG 요건을 고려한 기업 가치의 할인 및 할증 또한 주가 밸류에이션 배수에 차별적으로 반영될 것으로 봤다.

김동양 NH투자 연구원은 "실제 코로나19 사태로 하락한 뒤 반등 국면에서 글로벌 ESG지수들은 시장수익률을 상회했다"고 평가했다.







반면 국내 ESG지수들은 반등 국면에서 뚜렷한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다. 이는 기업지배구조보고서 핵심지표 준수율 및 개선 상위 기업들의 주가수익률도 마찬가지였다.

김 연구원은 "코스피200 내 단일종목인 삼성전자의 압도적 비중에 따른 왜곡 등 ESG 지수 구성 이슈가 주요 원인이지만 유동성 유입이 주도한 강한 시장 반등이 특정 업종에 치중된 점도 간과할 수 없다"며 "결국 국내 책임투자 규모의 확대, ESG 지수 정교화, 시장참여자들의 ESG 고려 확산 등의 선순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NH투자는 국민연금의 주주권행사 가이드라인 및 책임투자 활성화 방안이 책임투자 확산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했다.

김동양 연구원은 "국민연금의 책임투자 활성화 방안으로 대상 자산군 확대, 위탁 운용 책임투자 내실화, 책임투자 활성화 인프라 조성 등은 로드맵에 따라 책임투자 운용 규모 확대, 기업의 ESG 공시 및 시장참여자의 ESG 고려 강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NH투자는 그러면서 일본의 변화가 시사점을 준다고 말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은 2006년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작성하도록 조치한 뒤 2014년엔 일본판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하는 등 우리나라보다 앞서 기업지배구조의 질적 개선을 진행해왔다.

최근에는 ▲온라인 주주총회의 확산 ▲의결권 행사 사유 공시 ▲외국 자본으로부터 자국 기업 경영권을 보호하는 움직임 등이 주요 의제다.

이 가운데 의결권 행사 사유 공시는 우리나라도 참고할 만하다. 일본은 올해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의결권 행사 결과(찬성/반대)를 공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찬성 혹은 반대 의결을 결정한 이유도 구체적으로 공표하도록 했다.

박주선 NH투자 연구원은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안건에 대해서'라는 단서가 붙어 있어 찬반 공개 기준에 부합하는 안건이 어떤 것인지는 다소 모호하다"면서도 "기관투자자 입장에선 본인들의 기본 방침에 어긋나는 방향으로 의결권을 행사한 경우 설명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지만, 외부의 압력으로부터 한결 자유로워져 투명한 의결권 행사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 연구원은 "의결권 행사에 대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공표하라는 제도 개선은 의결권 행사의 독립성을 보장하고 투명성을 개선한다"며 "기업 경영진 입장에선 불편해진 기준이겠지만 주주들의 의결권 행사 기준을 미리 알 수 있어 충분히 대처 가능한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jhjin@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10시 09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