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키워 온 '바이오 꿈'이 국내 첫 독자개발 신약으로 결실을 본 데 이어 증시에서도 통했다.

지난 28년간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면서 흔들림 없이 육성해 온 바이오산업이 이제 본격적으로 결실을 보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SK바이오팜은 2일 상장 직후 12만7천원에 거래되며 시초가 대비 가격제한폭(29.59%)까지 급등했다.

이는 공모가(4만8천원) 대비 164% 상승한 수준이다.

시가총액은 9조9천458억원으로 부풀어 단숨에 코스피 시총 순위 27위로 뛰어올랐다.

SK바이오팜의 급등세는 지난달 23∼24일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청약에서 경쟁률 323대 1을 기록하고 국내 기업공개(IPO) 사상 최대 규모인 31조원에 달하는 청약 증거금을 모으면서 예견된 것이었다.

SK바이오팜은 특히 자체 개발한 신약 세노바메이트를 기술수출하지 않고 국내 제약사 가운데 처음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직접 판매허가를 신청해 승인을 얻어낸 후 판매까지 직접 진행한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SK바이오팜의 잇따른 성과는 최태원 회장의 뚝심과 투자 철학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조정우 SK바이오팜 사장도 이날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유가증권시장 상장기념식에서 "오랫동안 투자를 지속해 준 SK에 감사한다"며 SK그룹과 최 회장에게 공을 돌렸다.

실제로 신약개발은 통상 10~15년의 기간과 수천억원 이상의 비용을 투입하고도 5천~1만개의 후보물질 중 단 1~2개만 신약으로 개발될 만큼 성공을 확신할 수 없다.

연구 전문성은 기본이고 경영진의 흔들림 없는 육성 의지가 바탕이 되지 않으면 불가능한 영역이다.

세노바메이트 역시 최 회장의 뚝심과 투자 철학이 없었다면 빛을 볼 수 없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SK는 1993년 대덕연구원에 연구팀을 꾸리면서 불모지와 같았던 제약사업에 발을 들였다.

국내 제약사들이 대부분 실패 확률이 낮은 복제약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SK바이오팜은 혁신신약개발에 매달렸다.

단기 재무성과에 목마른 기업 입장에선 큰 결단이었다.

SK는 이를 가능하게 했던 것이 최 회장의 비전과 확고한 투자 의지였다고 설명했다.

2002년 최 회장은 바이오 사업의 꾸준한 육성을 통해 2030년 이후에는 바이오 사업을 그룹의 중심축 중 하나로 세운다는 장기 목표를 제시했다.

신약 개발에서 의약품 생산, 마케팅까지 모든 밸류체인을 통합해 독자적인 사업 역량을 갖춘 글로벌 바이오·제약 기업을 키워낸다는 비전이었다.

이에 따라 같은 해 생명과학연구팀, 의약개발팀 등 5개로 나누어져 있던 조직을 통합, 신약 연구에 집중케 하고 다양한 의약성분과 기술 확보를 위해 중국과 미국에 연구소를 세웠다.

2007년 지주회사 체제 전환 이후에도 신약개발 조직을 따로 분사하지 않고 지주회사 직속으로 둬 그룹 차원에서 투자와 연구를 지속하게 했다.

신약개발이야말로 단기 실적 압박에서 벗어나 지속적인 투자와 장기적인 비전이 담보돼야 가능하다는 것이 최 회장의 판단이었다.

성공 여부에 대한 불확실성 속에서도 SK는 최 회장의 강력한 의지에 따라 수천억원 규모의 투자를 지속했다.

임상 1상 완료 후 존슨앤드존슨에 기술수출한 SK의 첫 뇌전증치료제 카리스바메이트가 2008년 출시 문턱에서 좌절했을 때에도 최 회장의 뚝심은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그해에 SK바이오팜의 미국 현지법인 SK라이프사이언스의 연구·개발(R&D) 조직을 강화하고 업계 최고 전문가들을 채용함으로써 독자 신약 개발을 가속했다.

이때 역량을 강화한 SK라이프사이언스가 세노바메이트의 임상을 주도했다.

이후 SK는 신약 개발 사업의 집중 육성을 위해 2011년 사업 조직을 분할해 SK바이오팜을 출범시켰다.

아울러 의약품 생산 사업에도 공을 들이기 위해 2015년 SK바이오팜의 원료 의약품 생산 사업부를 물적분할해 SK바이오텍을 설립했다.

SK바이오텍의 전신인 원료의약품 생산사업부가 1998년부터 특허 만료 전의 고부가가치 원료의약품을 글로벌 제약사들에 수출해온 경쟁력에 주목한 것이다.

SK바이오텍은 2017년 글로벌 메이저 제약사인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의 아일랜드 생산시설을 통째로 인수했다.

국내 원료의약품 생산 기업이 해외 생산설비를 인수한 최초 사례였다.

2018년에는 SK가 미국의 위탁 개발·생산 업체인 앰팩(AMPAC) 지분 100%를 인수하는 글로벌 인수·합병(M&A)에 성공하면서 국내 제약사에 한 획을 그었다.

인수 1년만인 지난해 6월 앰팩 버지니아 신생산시설 가동이 시작되면서 한국-미국-유럽의 글로벌 생산기지가 모두 전면 가동에 돌입했다.

SK는 또 지난해 10월 의약품 생산법인 세 곳을 통합해 SK팜테코를 설립했다.

SK바이오텍과 SK바이오텍 아일랜드, 앰팩 등 여러 지역에 분산돼 있던 의약품 생산사업의 지배구조를 단순화해 시너지와 효율을 극대화할 계획이다.

SK는 아울러 이번 SK바이오팜 상장을 통해 조달한 자금 역시 혁신 신약 연구개발과 상업화 투자 등 글로벌 종합 제약사로 발돋움하는 성장 재원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mr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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