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노요빈 기자 = 서울 채권시장에서 상대적으로 마땅한 수요처가 없는 구간으로 평가받는 국고채 20년물을 향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만기 20년 구간이 다른 장기물에 비해 약세가 두드러지면서 저평가받고 있다는 점이 그 이유로 꼽힌다. 20년물은 발행량과 수요가 많지 않아 다른 초장기물 수요에 좌우될 수밖에 없어 포지션 플레이를 하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있었다.

2일 연합인포맥스 시가평가 matrix에 따르면 전일 국고채 20년물 금리는 민간평가사 3사 기준으로 1.585%를 기록했다. 같은 날 국고 10년과 30년 금리는 각각 1.400%, 1.600%를 나타냈다.

지난 6월 초와 비교하면 국고 20년물은 수익률곡선 위에서 10년과 30년 구간보다 상대적 약세 폭이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민평금리 기준, 이달 초(7월 1일)와 전월 초(6월 1일) 수익률곡선 추이>



이처럼 20년물이 약세를 보이는 배경에는 고질적인 수요 공백이 자리 잡고 있다.

통상 국고 20년물은 다른 구간에 비해 상대적으로 시장 참가자들의 관심이 낮은 소외된 영역으로 분류된다.

10년물만 해도 외국인을 포함해 국내 은행과 증권사 등 여러 기관을 바탕으로 한 수요 기반이 넓고, 30년물 역시 듀레이션 확보를 위한 장기투자기관(장투기관)의 수요가 명확한 것과 대조적이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다른 국가도 20년물을 정례 발행하지 않는 국가가 꽤 있는 등 기존부터 수익률이 높은 구간이다"며 "미국이 올해 재정적자 때문에 34년 만에 20년물 국채를 발행하지만 글로벌 주요국(G7 및 호주, 뉴질랜드 등)과 비교하면 20년물은 일본과 대만, 한국만 있다"고 말했다.

A 증권사의 한 채권 운용역은 "국고 20년물은 주인 없는 구간이다"며 "국고 10년과 30년물 대비 수요가 떨어지면서 저평가가 심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초장기물 발행과 함께 스트립 채권 발행이 늘면서 20년물 약세가 가중됐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자채를 구간별로 헤지하는 과정에서 수급이 취약한 국고 20년물 약세가 심화했다는 설명이다.

기획재정부는 상반기 동안 국고 30년물을 스트립 조건부 비경쟁인수로 8천100억 원 발행했다.

B 증권사의 한 채권 운용역은 "최근 커브가 전반적으로 스티프닝되면서 20년과 30년이 역전을 해소했는데 원래 20년물은 긴 시계열로 보면 30년물보다 약할 때가 많았다"며 "이번 달 30년물 입찰은 어찌 됐든 시장에 소화됐는데 입찰을 앞둔 20년물도 발행량이 늘었다"고 말했다.

최근 채권시장이 박스권 장세 속에서 마땅히 금리의 방향성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면서 만기 구간별 금리 변동 베팅에도 관심이 향했다.

대표적인 버터플라이 전략은 중기물 금리와 장단기물 금리를 더해 평균한 레벨 값을 비교하는데, 이때 전자 값이 크면 중기물 매수로, 작다면 중기물 매수로 포지션을 구축하는 식이다.

해당 산식을 10년과 20년, 30년물 금리에 대입해보면 그 값은 6월 초 9.9bp를 시작으로 점차 상승세를 보이다가 6월 말에는 18.3bp까지 확대하는 흐름을 보였다. 이는 연중 최대치다.

다만 20년물 약세를 이용한 버터플라이 전략을 두고 시장 참가자들 의견은 엇갈렸다.

C 증권사의 한 채권 운용역은 "일부는 버터플라이 포지션으로 접근해볼 수도 있겠지만, 20년은 30년물과 함께 연동해 움직이는 경향이 크다"며 "철저히 수급에 의존해 움직이는 영역이다"고 말했다.

D 증권사의 한 채권 운용역은 "버터플라이 포지션으로 10년-20년-30년을 보기에는 20년과 30년은 보험사 등 수급의 영역이라서 저평가를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민평 기준, 올해 국고 10년-20년-30년 버터플라이 레벨 추이>



ybn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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