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국제통화기금(IMF)의 경제 성장률 전망은 다소 충격적이다. IMF는 지난달 말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마이너스(-) 2.1%로 제시했다. 지난 4월 전망치(-1.2%)에서 0.9%포인트 더 낮췄다. 이 예상이 맞으면 올해 우리나라는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5.1% 이후 가장 낮은 성장률을 기록하게 된다.

우리 만의 일은 아니다. IMF는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더 많이 내렸다. 세계 전망치는 4월 전망보다 1.9%포인트 낮춘 -4.9%로 제시했다. 미국은 8.0%, 유로존은 10.2%나 역성장할 것으로 봤다.

IMF가 예상한 우리나라의 경제 성적표는 다른 선진국과 비교하면 양호한 편이지만, 한국은행의 시각과는 적잖게 괴리가 있어 보인다. 한은은 지난 5월 말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우리나라의 성장률 전망치를 -0.2%로 제시했다. 기존 2.1% 전망에서 2.3%포인트나 낮춘 수치다.

한달 여 지난 지금도 한은의 전망은 크게 달라진 것 같지 않다. 지난달 25일 열린 한국은행 물가 설명회 자리에서 이에 대한 힌트가 나왔다. 이주열 총재는 IMF의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IMF가 세계경제 전망을 큰 폭으로 낮추면서 한국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클 것으로 봤지만, 그 충격의 정도를 과도하게 본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 달 전의 전망과 경과를 보면 전망치를 수정해야 할 만큼 큰 여건 변화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전체적으로 한은의 기본 시나리오를 벗어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5월 말 당시 한은이 가정했던 기본 시나리오는 '글로벌 신규 확진자 수가 2분기에 정점에 이르고, 이후 점차 진정국면에 들어서면서 그에 따라 경제활동이 점진적으로 재개된다'였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여전히 확산 추세에 있다는 점만 고려하면 이 시나리오의 변화는 불가피하다. 성장률 전망도 한참 더 낮추는 게 맞다. 하지만 한은은 '경제활동의 점진적인 재개' 가능성에 방점을 두는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 확진자 수가 늘어나는 추세이면서도 경제 봉쇄의 강도는 약화하는 점에 더 주목하고 있다는 얘기다.

IMF가 제시한 숫자 자체에 대한 논란도 있다. 한은 관계자들은 상반기까지 성적이 거의 윤곽인 잡힌 상태에서 IMF의 전망치 -2.1%는 현실성이 떨어진 숫자라고 평가한다. 지난 1분기에는 전년비 1.3% 역성장했다. 2분기 성장률이 아직 확정되지 않아 대략적으로 반영하더라도 IMF의 전망치는 3분기와 4분기 각각 3% 이상의 역성장이 나와야 가능한 숫자로 보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내수와 수출, 생산 지표까지 거의 모든 실물 지표가 침체 국면에 있다. 6월 수출과 5월 광공업생산 등 최근 지표에서도 우리 경제의 위기 상황이 여실히 드러난다. 코로나19의 확산 경로를 예단하기 어려운 것처럼 경제 전망의 불확실성도 매우 크다는 점에서 낙관은 금물이지만, 과도한 비관론에 얽매이는 것도 곤란하다. 시장 심리의 훼손과 함께 정책 당국의 오판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책의 과잉 집행이 또 다른 심각한 후유증을 가져온다는 건 익히 경험했던 바다. 시장 참가자와 경제 주체들의 무분별한 심리 악화를 방지하는 차원에서도 정책당국의 신중하고 적확한 현상 판단이 요구되고 있다. (금융시장부장 한창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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