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임하람 기자 = 미국이 홍콩의 특별 지위를 박탈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글로벌 금융시장의 우려가 증폭됐다.

아시아 금융 허브이자 중계 무역의 중심지인 홍콩 금융시장의 위상이 흔들릴 경우,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국가에 연쇄적인 충격을 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2일 서울외환시장 등에서는 홍콩의 특별 지위 박탈에 따른 달러 유동성 및 자본 유출 우려, 페그제 와해 가능성 등이 거론되고 있다.

◇통화시장 아직 무덤덤…美中 정치 엄포로 인식

홍콩의 특별 지위 박탈 이슈에도 글로벌 통화시장은 아직은 조용한 분위기다.

미국이 홍콩 특별지위 박탈이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홍콩 보안법) 통과에 대응한 정치적인 엄포로 해석됐고 실질적으로 홍콩의 금융허브 와해를 촉발할 만한 구체적인 조치가 나오지는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홍콩에서 거래되는 역외 위안화와는 최근 강세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홍콩의 A 외환딜러는 "홍콩이 경제적인 타격을 받으면 수많은 외국 은행, 기업들도 크게 피해를 보게 된다"며 "(홍콩 특별지위 박탈 이슈는) 미국이 대선을 앞두고 '중국 때리기'를 하는 일환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국내 은행의 외환딜러도 "홍콩의 금융 허브가 흔들리고 실제 페그제에 문제가 생길 경우 엄청난 혼란이 오겠지만, 아직 시장은 그 수준까지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며 "홍콩 이슈와 관련된 뉴스가 수 주 전부터 나오고 있으나 통화시장 분위기는 안정적이다"이라고 말했다.

◇달러 유동성·자금이탈 문제는

홍콩의 아시아 금융 허브 위상이 위협받을 경우 달러화 수요 급증 및 유동성 문제와 자금 이탈 가능성이 거론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많은 금융기관이 홍콩을 외화자금 조달 시장으로 활용하는 만큼 달러 수급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다만, 시장 참가자들은 현 상황에서 달러 수요 문제나 자금 이탈을 우려하기는 이르다고 판단하고 있다.

홍콩 시장의 달러 유동성이 풍부한 상황이고 홍콩 금융관리국(HKMA)의 외환보유액이 충분하기 때문에 환율 여건이 양호하다는 설명이다.

지난 4월 말 홍콩의 외환 보유액은 4천400억 미국 달러로 본원통화 총량의 6배에 달한다. 홍콩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외환 보유액 비율도 91.5%로 관리환율제도를 운용하는 싱가포르, 대만 등에 비해 크게 높다.

게다가 굵직한 기업공개(IPO)가 이어지며 홍콩 외환시장에 달러 유입이 꾸준히 들어오는 상황으로 파악된다.

최근 달러-홍콩달러 환율은 페그제 하단인 7.75홍콩달러에 붙은 채 무거운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홍콩의 A 외환딜러는 "홍콩은 외화보유액이 풍부하고, IPO 등을 통한 달러 자금 유입도 많다"며 "최근 홍콩 이슈와 페그제 붕괴 가능성 등이 거론되며 일부 헤지펀드의 옵션 매수도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나, 시장 반응은 제한됐고 달러-홍콩달러 환율은 매우 무거운 흐름을 나타냈다"고 설명했다.

◇페그제 와해 가능성은…"극히 희박"

일각에서는 홍콩의 특별지위 박탈로 홍콩 달러화와 미국 달러화의 자유로운 환전을 보장한 페그제 와해 우려까지 제기된다.

하지만, 페그제 와해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홍콩 페그제는 1992년 제정된 홍콩 정책법에 기반하고 있다.

김소영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홍콩의 페그제는 일반적인 페그가 아니라 법에 기반한 하드 페그제다"며 "페그제를 바꾸기가 굉장히 어렵고 단시일에 붕괴한다고 보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다만 홍콩의 특별 지위가 박탈되고 장기적으로 홍콩이 중국의 일부로 편입되는 체제 전환이 서서히 일어나면 제도가 바뀔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홍콩의 금융허브 지위 와해 이슈는 달러-원 환율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며 "금융허브 이슈보다는 홍콩을 계기로 한 서구권과 중국의 갈등이 심화할 경우 위안화와 원화, 호주달러화 등이 동반 약세 압력을 받을 리스크 등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hrl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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