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가 700억원대 두고 '고평가' 논란 지속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두산그룹 자회사 네오플럭스 인수전이 예상보다 미지근하다. 다수의 금융지주가 유력한 인수 후보군으로 거론됐으나 예상을 웃도는 인수가에 주저하는 모양새다.

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네오플럭스는 호가 경쟁입찰 방식으로 이달 중 우선협상대상자가 결정된다.

물밑 접촉만 있을 뿐 아직 호가를 낸 곳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기업의 벤처캐피탈(VC)이 인수합병(M&A) 매물로 등장하자 시장에선 금융그룹을 중심으로 한 각축전을 예상했다.

중소·벤처기업에 투자를 집행하는 VC의 경쟁업체는 다양하지만, 시장에선 네오플럭스를 업계 중위권 VC로 분류한다.

조 단위 운용자산을 보유한 IMM인베스트먼트와 한국투자파트너스, 아주IB투자, 소프트뱅크벤처스, KB인베스트먼트 정도를 제외하면 지난해 말 기준 7천840억원가량의 운용자산을 보유한 네오플럭스는 업계 15위다.





이에 VC가 없는 신한·우리·JB·DGB금융지주를 시작으로 신세계, 호반건설 등 최근 투자사업에 관심이 큰 기업군도 거론됐다.

하지만 호반건설을 시작으로 다수 후보자가 네오플럭스 인수에 관심이 없음을 직·간접적으로 표명했다. 두산측이 제시한 인수가 700~800억원 안팎이 과하다는 판단에서다. 순자산 규모가 600억원가량임을 고려하면 VC에 경영권 프리미엄만 30% 가까이 지불하는 게 과하다는 얘기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프리미엄에는 라이선스가 보유한 가치, 운용 인력, 운용자산의 트랙레코드, 브랜드 인지도 등이 포함되는데 객관적으로 업계 15위에 30%를 지불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평가했다.

네오플럭스는 지난해 기업공개(IPO)를 철회했다.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를 공모가의 마지노선으로 예상했으나 업황이 악화하며 밸류에이션이 절반 수준으로 측정돼서다.

안정적이던 실적도 지난해에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적자로 돌아섰다. 지난 2018년 8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던 네오플럭스는 지난해 53억원의 당기순손실은 봤다.

업황 대비 매출(155억원)은 물론 관리·성과보수도 견실했지만, 지분법 이익이 발목을 잡았다. 3천억원을 들여 경영권을 인수한 바디프랜드가 IPO에 실패하며 타격을 입었다. 재상장을 추진할 예정이지만 현재까지 구체적인 일정은 잡히지 않고 있다.

지분법 이익은 예상된 회수 규모가 줄어 공정가치 평가액을 낮춘 과정에서 발생한 만큼 추후 회복이 가능하다. 하지만 M&A를 앞둔 상황에선 회계상 자산가치를 평가하는데 적잖은 부담이다.

여기에 VC로 보유한 라이선스의 가치도 예전 같지 않다. 정부가 창업·벤처생태계 조성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창업투자회사나 신기술사업금융회사 등을 설립하는데 우호적이어서다. 비싼 값에 네오플럭스를 인수하는 것보다 적은 자본금으로 투자 조합을 설립할 수 있단 얘기다.

다른 금융지주 관계자는 "최근 정부정책과 맞물려 금융지주가 VC를 활용해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할 기회가 커지다 보니 몸값이 올라간 부분이 있다"며 "바디프렌드 등 장기간 엑시트 못한 자산의 가치평가를 어떻게 반영할지가 관건"이라고 했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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