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전소영 임하람 기자 =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이 4천100억달러를 넘어서면서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했지만, 국가 경제 규모를 고려할 때 충분한 수준인지에 대한 고민이 이어지고 있다.

세계 9위 수준의 외환을 보유하고 있어도 위기가 닥칠 때마다 외환시장이 크게 흔들리기 때문이다.

정부가 올해 발행을 검토하고 있는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이 외환 안전망 확충에 도움이 될 것이란 진단이 나오고 있다.

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6월 말 외환보유액은 4천107억5천만 달러로 집계됐다. 전월 대비 34억4천만 달러 늘어나면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 외환보유액 4천억달러 정체…위기 방어 충분한가

외환보유액은 위기 시 외화 유출 방어의 첨병 역할을 해왔다.

한국은 외환보유액 규모가 세계 9위 수준으로 높지만, 위기마다 외화 유동성 부족과 환율 급변동을 겪고 있다.

1998년 외환위기 당시를 제외하더라도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외환보유액은 8개월 연속 감소하기도 했다.

경상수지 흑자가 이어지면서 외환보유액은 꾸준히 늘었지만, 흑자 폭이 줄어들면서 외환보유액 증가 추세도 둔화했다.

외환보유액은 2018년 6월 처음으로 4천억달러를 돌파했으나 이후 2년 넘게 정체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산에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졌던 지난 3월 외환보유액은 4천억 달러를 간신히 지키기도 했다.

경상수지 흑자 규모도 줄어드는 추세여서 외환보유액 확충은 외화자산 운용수익과 약달러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적정 외환보유액 수준을 추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경제 규모가 커질수록 외환보유액도 그만큼 늘어나야 한다는데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한 금융시장 참가자는 "외환보유액이 전 세계적으로 보면 많은 수준이지만 위기에 대응할 정도로 충분한지에 대해서는 생각을 해볼 필요가 있다"며 "많이 쌓아두는 것이 늘 좋은 것은 아니지만 경제 규모가 커지고 있기 때문에 외환보유액도 그만큼 늘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 정부 외평채 발행 검토중…외환 안전망 확충에 도움

정부는 올해 하반기 외평채 발행을 검토 중이다.

기획재정부는 일부 국내외 증권사 등에 외평채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발송했다. 발행 규모는 15억달러(약 1조8100억원)로 추산된다.

발행 여부가 확정되지 않았지만, 시장 상황에 따라 필요할 경우 외평채를 발행할 수 있도록 준비 절차를 밟고 있는 상태다.

기재부는 올해 초부터 외화 유동성 관리를 위해 필요시 15억 달러 한도에서 외평채를 발행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바 있다.

정부의 외평채 발행 검토에는 정체된 우리나라 외환보유액 규모에 대한 고민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부가 이번에 발행을 검토하는 외평채는 차환용이 아닌 신규 발행으로 외환보유액 증대 차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올해에는 만기가 돌아오는 기존의 외평채도 없는 만큼, 실제 발행이 이뤄지면 안전판 마련에 톡톡히 역할을 할 수 있다.

기획재정부 한 관계자는 "외평채 발행은 우리나라 신인도에 대한 벤치마크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외환보유액을 확충하는 기능도 있다"며 "코로나19 재유행 공포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다양한 안전판을 확충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기재부 관계자는 "외평채를 발행하기 위해서는 라인 등을 구축해야 하고, 태핑 절차만 해도 두 달은 걸린다"며 "필요할 때 쓸 수 있도록 준비 중인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외평채를 발행하는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올해 차환할 외평채도 없는 상황에서 발행이 이뤄진다면 외환보유액 확보와 스프레드 축소 차원에서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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