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홍경표 기자 =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가 제주항공이 인수 계약을 파기하고 이스타항공을 파산으로 내몰고 있다고 규탄했다.

이스타항공 노조는 3일 제주항공 모기업인 애경그룹의 마포구 본사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제주항공은 저비용항공사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확보하기 위해 이스타항공을 고의로 파산시켰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을 난도질하고 인수를 포기해 1천600명 이스타항공 노동자들을 파산으로 내몰고 있다"고 비판했다.

제주항공은 3월 이후 발생한 채무를 해결하지 않으면 인수 계약을 파기할 수 있다는 내용의 최후통첩성 공문을 이스타항공에 보냈다.

제주항공은 공문에서 체불임금과 각종 미지급금 등 800억 원가량의 부채를 이달 15일까지 갚아야 한다는 내용을 포함했다.

노조는 제주항공의 이러한 공문에 대해 "사실상 인수 계약 해지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특히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에 대한 구조조정과 운항 중단을 지시한 만큼 임금체불에 일정한 책임이 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이석주 전 제주항공 사장과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의 통화 녹취파일을 공개하기도 했다.

녹취파일에 따르면, 이 전 대표는 국내선은 운항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최 대표에게 셧다운을 하고 희망퇴직에 들어가야 하고 그게 관(官)으로 가도 유리하다고 말한 것으로 나온다.

또 최 대표가 희망퇴직자에게는 체불임금을 주지만 나머지 직원은 제주항공이 줘야 하지 않겠냐고 주장하자, 이 전 대표는 딜 클로징을 빨리 끝내고 그 돈으로 하면 된다고도 했다.

노조는 아울러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인수로 어려움을 겪자 정부로부터 정책적 특혜를 받았다고도 주장했다.

항공교통심의위원회는 지난 5월 15일 25개 노선 운수권을 배분했는데, 제주항공에 11개 노선을 몰아줬다는 것이다.

노조는 이스타항공의 부채가 급증하게 된 것은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심각한 승객감소도 원인이지만, 구조조정에 몰두하면서 고용유지지원금을 못 받았고 전면 운항 중단이 이어지면서 손실을 줄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노조는 "비상대책위를 구성해 투쟁에 나서기로 결의했으며, 각계각층의 시민사회노동단체들과 연대해 제주항공에 맞서 불매운동 등 투쟁을 벌여나갈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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