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손병환 농협은행장은 최근 토스 본사를 찾았다. 취임 이후 바쁜 일정 탓에 미뤄진 이승건 대표와의 만남을 성사시키기 위해서다. 시중 은행장이 토스를 직접 찾은 것은 손 행장이 처음이었다.

'디지털'에 대한 애정만큼은 어느 은행장에게도 뒤처지지 않는 손 행장은 국내 유일한 유니콘 기업을 직접 보고 싶었다. 어려운 게 아니라 하지 않아서 그렇다는 생각 하나로 '농협=디지털 휴먼뱅크'를 만들고 싶은 손 행장에게 토스는 가장 함께하고 싶은 핀테크 기업이다.

둘은 꽤 오래됐다. 그들의 인연은 손 행장이 스마트금융부장을 역임했던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금융권은 공동의 핀테크 '오픈 플랫폼' 가동을 눈앞에 둔 시기였다.

핀테크 기업이 플랫폼에 접속해 계좌이체·잔액조회 등 특정 기능을 하는 프로그램 명령어(API·Application Program Interface)를 내려받아 앱에 적용하면 모든 금융회사와 연계한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는 상황에서, '제도권' 금융권은 주저했다. 혁신이란 변화를 받아들여야 하지만, 핀테크를 향한 걱정과 경쟁심도 컸다. 당시 가장 먼저 문을 연 곳이 농협은행이었다.

손 행장은 농협 API를 공개하는 'NH핀테크 오픈 플랫폼'을 은행권 최초로 출시했다. 비슷한 시기 다른 은행에서 디지털을 담당했던 임원들은 손 행장을 농담으로 '토스 영업부장'이라고 불렀다. 토스에 걸어둔 빗장을 풀고 은행권이 함께 다양한 서비스를 내놓아야 한다며 그 누구보다도 적극적으로 이야기해서다.

당시 토스가 건당 400원 정도로 내온 펌뱅킹(금융결제망) 수수료를 먼저 깎아주겠다고 제안한 것도 손 행장이었다. 토스가 살아야 미래의 네이버와 카카오에 대적할만한 좋은 서비스를 미리 준비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는 지난 4월에 5년 만의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그리고 5월 양사는 '하이브리드 간편결제 서비스'라는 새로운 개념의 협업에 돌입했다. 하이브리드 간편결제 서비스는 특정망을 통하던 지급결제 서비스를 핀테크 기업이 거래 종류나 여건에 따라 독자 API, 오픈뱅킹, 펌뱅킹 등을 선택해 이용할 수 있는 패키지다.

이를 통해 1천700만명의 가입자를 보유한 토스는 은행의 시스템 점검이나 통신장애에 영향을 받지 않고 안정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농협은행은 자체 보유한 예치금 관리, 환전, 공과금 조회 등 140개 API를 토스에 제공하고 새로운 혁신 서비스를 함께 개발할 계획이다.

이번 협업의 방점은 내달부터 본격화하는 마이데이터 산업에 있다. 마이데이터 산업으로 지급결제개시서비스 사업자(PISP)가 도입되면 그간 은행이나 카드사가 담당했던 영역은 모호해진다.

누적 거래만 5조원, 시중은행 중에서 가장 많은 API를 보유하고 있는 농협은행은 마이데이터 산업을 계기로 디지털 뱅크로의 확실한 자리매김을 준비 중이다. 손병환 농협은행장은 제2의 토스가 돼 줄 스타트업의 영업부장도 마다하지 않을 계획이다. (정책금융부 정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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