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유통업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어닝쇼크를 기록하면서 올 상반기 최악의 실적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오프라인 유통업체는 점포 구조조정, 무급휴직, 임금반납 등으로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상황에서도 온라인 채널 확대와 신사업 진출에 막대한 투자금을 쏟고 있어 향후 2~3년 간 실적 개선이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8일 증권사들이 최근 2개월간 제시한 추정 실적 자료를 토대로 연합인포맥스가 실시한 컨센서스에 따르면 롯데쇼핑, 신세계, 현대백화점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65~90%까지 감소할 전망이다.

롯데쇼핑은 올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75% 급감한 데 이어 올 2분기에도 70% 가까이 감소한 402억원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1분기에는 코로나19 영향이 없었던 1월 실적이 포함돼 있었지만 2분기에는 사회적 거리 두기, 언택트(비대면) 문화가 크게 확산하며 오프라인 매장들이 큰 타격을 입었다.

홈쇼핑이 그나마 선전했지만, 롯데 유통 계열사의 주축인 백화점 부문이 크게 부진하며 실적 악화를 막아내지 못했다. 또 롯데마트와 슈퍼도 경쟁사 대비 온라인 매출이 저조하면서 적자 폭이 더욱 확대됐다.

이커머스 강화를 위해 롯데 유통계열사 통합 온라인몰인 '롯데온'을 출범했지만, 아직 이렇다 할 실적을 내지 못하고 있고 초기 막대한 투자 비용이 오히려 실적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단 분석이다.

서정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롯데쇼핑이 오프라인 점포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는 등 변화를 꾀하고 있지만, 경쟁사 대비 백화점 회복세가 더디고 할인점과 온라인사업 정상화가 아직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면서 "구조조정 효과는 하반기 이후에나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세계와 현대백화점은 면세점 사업에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는 1분기 영업이익이 33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97% 감소한 데 이어 2분기에도 73% 감소한 183억원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백화점 부문이 명품을 앞세워 다소 회복세를 보이는 것과 달리 면세점은 개점 휴업 상태를 이어가며 적자를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면세 사업을 맡은 신세계디에프는 올 1분기 매출이 4천889억원으로 30.5% 줄었고, 324억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그나마 인천공항 임대료 감면율 확대로 1분기보다 손실을 줄어들겠지만, 여전히 항공 부문의 정상화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외국인 관광객 유입 시기가 늦어질 것으로 보여 부진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다.

현대백화점도 마찬가지다.

백화점 명품 소비와 가전 매출이 선방하고 있지만, 면세점 부문은 2분기에도 200억원에 가까운 적자를 낼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오는 8월부터 인천공항 면세점 영업을 시작하면서 임대료 등의 부담이 추가될 것으로 보여 코로나19에 따른 항공·관광산업 회복 시점이 더뎌질수록 부담은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형마트들도 코로나19 여파가 이어지고 있는 데다 정부 긴급재난지원금 사용 가능 업종에서 제외되면서 2분기에도 큰 타격을 입었다.

이마트는 올 2분기 246억원의 영업손실을 낼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해 2분기 사상 첫 적자를 기록하며 시장에 충격을 안겨준 뒤 전문점 사업 철수, 점포 매각 등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실시했으나 코로나19라는 변수를 만나면서 또다시 고꾸라졌다.

이마트 공시에 따르면 4월 할인점 기존 점포의 전년 대비 매출 신장률은 4.4%였지만, 재난지원금 사용이 본격화된 5월은 -4.7%를 기록했다.

롯데마트 역시 재난지원금이 본격적으로 사용된 지난 5월13일부터 31일까지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0%나 감소했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긴급재난지원금 사용처에서 제외되면서 식료품 등을 온라인으로 구매했던 고객들의 이탈이 이어졌다"면서 "재난지원금 여파로 매출이 급격히 떨어진 이후 파격 세일 등을 펼치고 있지만 그만큼 수익성은 더 악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2분기 바닥을 찍고 하반기 회복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유통업계는 코로나19 리스크가 장기화하면서 하반기가 더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여전히 지역발 확진자가 꾸준해 여름휴가와 추석 등 특수를 누리기 힘들 것으로 보여 실적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구조조정 등으로 일회성 비용도 무시 못 해 실적 회복은 내년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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