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송하린 기자 = 주요 대형 저축은행들이 올해 들어 유가증권 운용규모를 눈에 띄게 늘렸다. 저금리 기조에 따른 예대마진 축소에 대응할 수 있는 비이자수익 기반을 확대하는 움직임인데, 아직 구체적인 성과는 아쉬운 측면이 있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SBI·OK·웰컴·한국투자·유진·JT친애·페퍼저축은행 등 주요 저축은행들의 유가증권 운용규모는 총 9천2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25.6%가량 늘었다.

특히 OK저축은행의 증가세가 눈에 띄었다. OK저축은행의 올해 1분기 유가증권 운용규모는 1천46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5배 늘었다. 작년 말인 117억원과 비교해도 3개월 사이 1천350억원이 증가했다.

OK저축은행이 유가증권 운용 규모를 늘려나간 이유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가속한 여러 환경변화에 대응해 수익원을 다변화하기 위해서다.

현재 금융권은 저금리·저성장·저출산 등 환경변화에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변화 속도는 더욱 빨라져 기준금리는 3월 1.25%에서 2개월 만에 0.5%까지 내리고, 중소기업의 자금수요 위축이 가시화되는 상황이다.

구정한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저금리 등 환경변화로 저축은행이 고금리 신용대출과 같은 현재 사업모델을 유지할 경우 지속 가능성에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며 "예대마진 축소에 대응할 수 있는 비이자수익 기반을 확대해야 한다"고 제언하기도 했다.

올해 예수금이 늘어난 점도 영향을 미쳤다.

OK저축은행은 연초 금융기관들의 퇴직연금이 편입되면서 지난해 1분기보다 예수금이 크게 늘었다. 대출여력은 많아졌는데 코로나19로 그만큼 대출을 하기엔 건전성에 부담을 느끼면서, 유가증권 운용으로 눈을 돌린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가 금융시장에 타격을 주면서 오히려 이를 저가매수 기회로 보고 운용규모를 늘릴 수 있다"며 "유가증권 운용규모가 증가하는 추세는 2분기에도 계속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다수 저축은행은 아직 유가증권 운용에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최대한 리스크를 줄이려는 보수적인 스탠스가 좀 더 강하기 때문이다.

특히 유진저축은행의 경우 다른 대형 저축은행과 달리 올해 유가증권 운용규모를 지난해보다 9% 정도 줄이기도 했다. 지난해 1분기 유가증권평가·처분 순손실이 21억원가량 나면서 손실이 난 부분들을 회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다른 저축은행들도 유가증권 운용에 따른 수익은 아쉬웠다. SBI저축은행과 웰컴저축은행의 경우 견조한 유가증권 수익을 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마이너스 수익률을 보였다.





OK저축은행은 아직 처분하지 않은 매도가능증권 평가이익이 37억원 규모로 지난해 1분기와 비교했을 때 500%가량 늘면서 시작이 좋았다.

OK저축은행 관계자는 "올해부터 유가증권 투자 규모를 늘렸는데 특히 주식 등 직접투자 비중이 높은 편"이라며 "앞으로는 펀드 등 집합 투자 쪽을 늘리면서 유가증권 운용 방법 다변화 노력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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