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노현우 기자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포워드 가이던스(선제 안내)를 두고 주요국 중앙은행과 다른 행보를 보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8일 금융시장에 따르면 호주중앙은행(RBA)은 전일 통화정책회의를 마치고 공개한 성명에서 "완화적 조치는 필요할 때까지 오래 유지될 것이라며 완전고용을 향해 진전이 이뤄지고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인 2~3% 밴드 내에 있다고 자신할 때까지 기준금리를 인상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당분간 금리를 올리지 않겠다는 뜻을 금융시장에 전하며 시장을 안심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금융시장에선 중앙은행이 완화정책을 단기 내 회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통화정책이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완화적이고, 부작용이 크다는 점에서 오래가기 어려울 것이란 판단에서다.

이러한 RBA 행보는 금통위와 대조된다.

금통위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권고와 채권시장의 요청에도 포워드가이던스 시행을 두고 침묵을 이어가는 모양새다.

국고 3년 금리와 기준금리의 격차가 34bp까지 벌어진 상황에서 포워드가이던스는 추가 완화 카드를 쓰지 않고 시장을 안정시킬 방안으로 꼽힌다.

KDI도 지난 5월 20일 발표한 '2020년 상반기 경제전망'에서 가급적 이른 시기에 금리 인하를 주문하면서 포워드 가이던스의 적극적 활용도 물가상승률 반등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은도 향후 정책 방향에 대해 의견을 밝히기는 했지만, 포워드 가이던스로 보기는 어렵다는 게 대부분 시장 참가자들의 견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달 12일 한은 창립 70주념 기념사에서 "통화정책은 우리 경제가 코로나 위기에서 벗어나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될 때까지 완화적으로 운용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 메시지는 연준이 점도표를 통해 2022년 말까지 현 수준 금리가 유지될 것이란 전망을 공개한 것과 RBA가 완전 고용과 물가 목표 달성을 요건으로 제시한 것에 비하면 저금리 지속 기간을 특정하기 어렵다.

포워드 가이던스를 제시하지 않는 한은의 행보는 부동산 시장이 정부 규제에도 과열 양상을 보이는 것과 무관치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총재는 지난달 26일 물가설명회에서 금융안정 차원에서 유동성 공급을 적기에 환수하는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하는 등 완화정책 지속에 따른 금융 불균형 심화를 경계하는 분위기다.

증권사의 한 채권 운용역은 "시장금리가 기준금리와 크게 벌어진 상황에서도 금통위가 포워드 가이던스를 내놓지 않는 것은 부동산 시장 과열을 우려했기 때문이다"며 "저금리가 특정 기간 지속할 것이란 신호는 부동산시장에 기름을 붓는 격이다"고 전했다.

박석길 JP모건 이코노미스트는 "수치화된 포워드가이던스는 향후 정책 재량을 줄인다는 점에서 단점도 존재한다"며 "다른 중앙은행들이 시험을 해보는 분위기가 있지만, 한은은 아직 준칙과 재량 사이에서 예전 균형을 유지하려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hwr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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