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바야흐로 부동산 정국이다. 문재인 대통령에 이어 정세균 국무총리,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이해찬 대표까지 나서서 부동산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이번에는 반드시 부동산을 잡겠다고 난리다. 문 대통령은 부동산 대책을 최고의 민생과제로 꼽았고, 정 총리는 한발짝 더 나가 정부의 고위공직자들에게 다주택 처분하라고 주문했다.

그만큼 부동산 문제가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그도 그럴 것이 정부가 내놓은 21차례의 부동산정책을 비웃기라도 하듯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집값은 안정되긴커녕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그동안 내놓은 정책들이 헛다리를 짚었거나 시장으로부터 신뢰를 얻지 못한 탓이다. 말로만 내뱉었던 당국자들의 '다주택 처분'이나 '집값 안정화' 약속이 되려 부동산 불패에 대한 인식만 강화한 측면도 없지 않다.

시민단체가 내놓은 다주택자 현황자료를 보면 대통령이 수차례 강조했던 부동산 안정 의지를 실현해야 할 청와대 주요 참모와 정부 부처의 고위공직자가 오히려 이를 희화화했다는 논란을 사기에 충분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집값 문제를 수차례 언급했지만, 정책당국의 안이한 인식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런데도 문재인 정부에서는 잘못된 정책을 반성하거나 책임자를 질책하는 걸 찾아보기 어렵다.

유동성 문제만 해도 그렇다. 시중에 넘쳐나는 유동성이 집값 상승의 원인이라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당국의 고민은 정작 찾아보기 어렵다. 노무현 정부 시절이던 지난 2006년 집값이 폭등할 당시에는 유동성 관리를 제대로 하지 했다는 이유로 당시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의 간부들이 청와대에 소환돼 반성문이라도 썼다. 지금은 어떤가. 과잉유동성 문제에 대해 어떤 기관도 책임지고 나서지 않는다. 청와대도 경제부처에 책임을 묻거나 대책을 요구하지 않는다. 코로나19에 대응한다는 이유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렸으나, 금리 인하로 풀린 유동성은 부동산만 뜨겁게 달구는 불쏘시개 역할에 그치고 있다. 돈줄을 조이거나 생산적인 부문으로 유동성이 흘러가도록 하는 방안을 찾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등록임대주택에 대한 세제 혜택도 비슷하다. 이 제도는 진작에 정책실패를 인정하고 방향을 선회해야 하는 제도 중 하나였다. 당초 다주택자를 양질의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집주인으로 만들자는 취지에서 출발했으나, 정책 본연의 취지가 변질하면서 다주택자가 각종 규제를 피하는 수단으로 악용됐다. 오죽하면 시장에서 부동산 투기꾼에게 꽃길을 깔아줬다는 평가가 나왔을까 싶다. 그런데도 국토교통부는 정책의 일관성을 빌미로 명맥을 유지하면서 매물이 잠기는 부작용을 초래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추가 부동산 대책이 조만간 나온다고 한다. 대통령까지 직접 나섰다는 점에서 이번 대책은 문재인 정부에서 부동산가격이 변곡점을 그릴 수 있을지를 판단할 사실상 마지막 기회라도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존 정책에 대한 철저한 반성에서 시작돼야 한다. 그동안 정부가 부동산 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집값이 잠시 주춤하다가 다시 요동치는 현상을 되풀이했다. 대책이 집값을 안정시킬 수 있다는 기대감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이 되풀이되자 급기야 부동산 대책이 나온 뒤에는 집값 상승에 대한 공포로 부동산을 매수하는 소위 '패닉바잉(Panic Buying)' 현상까지 감지되고 있다.

이번 만큼은 여론을 의식해 일단 피하고 보자는 식의 핀셋 규제가 아니라 근본적으로 부동산 투기를 근절하고 제대로 된 공급물량이 나올 수 있는 대책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이를 위해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부담 강화뿐 아니라 유동성 대책, 공급물량 대책 등이 총망라돼야 함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집값 폭등으로 들끓는 민심을 잡는 정책이 아니라, 치솟는 집값을 안정시키고 부동산과의 전쟁에서 이길 수 있는 정책이 나와야 한다는 의미다. 당장은 어렵다더라도 열심히 일하면 언젠가 집 한 채는 마련할 수 있다는 서민들의 꿈, 이런 꿈도 꾸지 못하게 만드는 국가에서는 아무리 훌륭한 경제정책도 한낱 무용지물에 불과하다. (정책금융부장 황병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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