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이스타항공 인수 무산 가능성에 대비해 애경그룹과 제주항공이 이미 지급한 계약금 등 200억원이 넘는 돈을 되찾아 오기 위한 소송 준비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항공은 1천700억원에 달하는 각종 미지급금을 해소하는 등의 선행 조건을 이달 15일까지 해결하라고 이스타항공에 통보한 상태로, 기한 내 해결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인수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최후 통첩했다.

9일 투자은행(IB) 업계 등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이 선행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인수가 무산될 경우 계약금 115억원과 대여금 100억원 등 총 225억원의 선지급금을 반환하기 위한 소송 착수에 대비한 법률적 검토를 법무법인과 진행하고 있다.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에 인수계약 해지 가능성까지 경고하면서 선행 조건 해결 시한을 못박은 만큼 이달 15일 이후 실제 반환금 소송에 돌입할 가능성이 있다.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의 경영난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지속해 온 것으로, 체납한 리스료와 유류비, 공항시설이용료, 조업료 등을 이스타항공이 모두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제주항공이 밝힌 이스타항공의 미지급금 추정치는 1천700억원에 달한다.

이스타항공은 제주항공이 제시한 시한까지 각종 미지급금 규모를 낮추기 위해 국토교통부와 리스사 등과 접촉하며 해결 방안을 모색 중이다.

임금체불 규모를 줄이기 위해 직원들에게 고통분담을 요구하며 임금 반납 등의 동의도 구하고 있다.

다만, 제주항공이 요구한 선행 조건 충족 시한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이스타항공이 해결점을 찾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

업계에서는 완전자본잠식 상태인 이스타항공이 일주일 내 1천억원 이상을 마련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또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이러한 행보가 계약 해지에 대한 책임 소재를 서로에게 떠넘기기 위한 포석으로 본다.

최근 셧다운과 구조조정, 임금체불 등을 두고 양측이 날선 진실 공방을 벌이고, 양사 최고경영자의 전화 녹취록까지 폭로하는 진흙탕 싸움을 벌이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란 분석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제주항공이 이스타가 해결할 수 없는 선결 조건을 내건 것은 계약 파기가 공식화한 이후 소송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위한 것"이라며 "제주항공은 이스타가 도의적 책임 물을 가능성에도 대비해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이미 애경그룹이 지난 5월부터 사실상 인수 의지를 접고 계약 파기 이후를 준비해온 만큼 쉽게 입장이 변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3일 채형석 애경그룹 부회장과 이스타항공의 창업주인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만나 인수·합병(M&A) 성사를 독려했지만, 제주항공은 확고한 입장을 고수했다.

1위 항공그룹 도약이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그룹 전체로 리스크가 확대될 수 있는 일은 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애경그룹은 지난해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서도 초반부터 강한 의지를 드러냈지만, 본입찰에서 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보다 1조원이나 적은 금액을 써낸 것도 이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장기화로 항공사 운영 정상화에 기약이 없는 상황에서 매달 수백억원의 고정비가 나가는 이스타항공을 인수하는 데 상당한 부담이 있을 것"이라며 "애경그룹의 M&A 성향에도 맞지 않는다"고 전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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