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남승표 기자 =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중국의 홍콩 보안법에 대한 보복 조치로 홍콩의 달러 페그제(고정환율제) 폐지를 검토하는 것을 두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미국에 역풍을 가져올 행동이라며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8일(현지시간) 사설에서 "워싱턴이 홍콩의 자율성을 침해한 베이징을 심판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숙고하고 있다"며 "하지만 한가지 아이디어는 내려놓아야 한다. 홍콩의 통화를 훼손하기 위해 미국 달러를 무기화하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지난 7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의 일부 관료는 홍콩은행의 미국 달러 조달을 제한하는 방안을 숙고 중이다. 이는 홍콩 달러의 가치를 흔들기 위한 것으로 홍콩 달러는 1983년 이후 미국 1달러당 7.8홍콩달러로 가치가 고정됐다.

저널은 "홍콩금융관리국(HKMA)과 은행들은 홍콩달러에 대한 수요에 따라 자유로이 미국 달러를 사고팔 수 있어야 한다"며 "중국 본토의 위안화와 달리 홍콩의 화폐는 안정적이고 자유롭게 전환될 수 있었다. 그리고 수십년간 이 지역 번영의 근간이 됐다"고 설명했다.

저널은 "이것만으로도 홍콩 달러를 그대로 두어야 할 충분한 이유"라며 "페그제 흔들기의 희생양은 이미 베이징에 의해 충분히 고통받고 있는 홍콩사람들"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영국과 다른 나라들이 홍콩보안법에 대항하는 효과적인 방법의 하나로 홍콩사람들의 이민 허용을 검토하고 있는데 홍콩달러 가치의 심각한 훼손은 홍콩 이민자의 저축을 날려버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무엇보다도 이런 경제전쟁의 가장 큰 위험은 글로벌 통화로서의 달러 위상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저널은 "달러가 국제적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워싱턴이 달러 이용을 제한함으로써 이란과 북한 같은 나라에 대한 금융제재가 먹혀드는 것이다. 이런 영향력은 인권 남용과 관련해 개별 관료들을 겨냥한 마그니츠키식 제재처럼, 트럼프 행정부가 금융 제재를 베이징에 부과하는 더 나은 방법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저널은 끝으로 "어떻게 하면 베이징을 책임 있게 붙들어 둘지 워싱턴이 창의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좋다. 다만 행정부는 미국의 강점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그것이 침식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가장 큰 강점 중 하나는 충분히 전환할 수 있는 달러다"고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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