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예원 기자 = "(망분리 규제에 대해) 과거같이 엄격해야 하는 것인지 고민이 되는 부분이다"

지난 7일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정보보호의 날 기념 금융회사 최고경영자 초청 세미나에 참석해서 한 발언이다.

망분리 규제 완화는 그간 핀테크기업들을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제기됐던 문제였다. 물리적 망분리 규제로 개발용 내부망과 인터넷 외부망이 연동되지 않는 탓에 개발·연구 생산성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이유에서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재택근무 필요성이 높아지면서 규제 완화 목소리가 더 높아졌다.

다만 당국 입장에서는 2011년 농협 전산망 사태 등 한 번 사고가 발생하면 걷잡을 수 없는 피해가 양산되는 만큼 쉽사리 규제를 완화하긴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런 가운데 지난 4월 최초로 망분리 규제 예외를 받는 사례가 탄생했다. 바로 핀테크 등과 기술 연구 협업, 가명·익명처리 기술 연구, 인공지능(AI) 개발 등을 연구할 카카오뱅크의 금융기술연구소다. 금융위원회는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통해 특례를 부여했다.

당초 카카오뱅크 역시 망분리 규제가 개발 환경에 불합리하다는 점을 들어 유권해석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더욱이 고객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은행에 대해 예외를 두기 어렵다는 금융당국의 입장에 카카오뱅크는 '기업부설연구소'라는 차선책을 들고나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특별 관리하는 기업부설연구소는 기업의 과학기술 분야나 지식서비스 분야의 연구개발 활동을 촉진하기 위해 일정 요건을 갖춘 기업의 연구소를 신고·인정하는 제도다. 다른 부서와 구분된 독립된 연구공간이 필요하며 연구전담요원 수도 정해져 있다.

당시 개발 편의성 등을 위해서 망분리 원칙을 터 달라는 것이 거친 주장이었다면 카카오뱅크의 경우 금융당국의 입장을 어느 정도 반영할 수 있는 절충안을 찾아온 것이다.

망분리 규제 완화의 필요성을 느끼면서도 규제 완화에 대해서는 고심하고 있던 금융당국의 입장을 헤아린 '묘수'였던 셈이다. 이에 카카오뱅크는 현재 금융기술연구소 설립 준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빠른 시일 내에 과기정통부로부터 기업부설연구소 설립 허가를 받을 수 있도록 전념하고 있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규제라는 것이 누가 봐도 객관적으로 불합리한 것이 아닌 이상 대부분 그 규제가 형성되고 작동하는 맥락이 있다"며 "규제를 준수하는 내에서는 정말 혁신이 불가능한 것이냐는 의문에 카카오뱅크 사례가 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혁신과 보안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두고 균형을 잡기란 어려운 일이다. 사고가 발생하면 책임을 묻는 사회에선 더더욱 그렇다. 현재 잇따른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를 두고 금융당국의 규제를 완화한 것이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와 다르지 않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사건·사고는 터지지 않겠지만 혁신이나 발전은 어떻게 되냐" 한 금융당국 관계자가 토로한 말이다. 규제 존치와 완화라는 아슬아슬한 외줄타기에서 카카오뱅크의 묘수가 돋보이는 이유다.

ywkim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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