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미 기자 = 미국이 홍콩의 달러페그제를 약화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는 소식에 전문가들은 이같은 조처가 실제로 시행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판단했다.

8일(현지시간) 마켓워치는 "여론을 떠보려는 시도가 맹비난을 받고 있다"면서 외환 전문가들과 이코노미스트들은 미국 정부 당국자가 언급한 방안이 현실화될 가능성을 '완전히 회의적'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제프리스의 브래드 베첼 FX 글로벌헤드는 "달러-홍콩달러 페그에 대한 공격은 비교적 터무니없는 소리로 들린다. 왜냐하면 미국과 다른 국가의 은행을 포함해 홍콩 금융시스템에만 피해를 줄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보좌진은 홍콩 은행이 미국 달러화를 살 수 있는 능력을 제한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홍콩의 달러페그를 약화하는 방안을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백악관 고위관계자들에게 이같은 논의가 전달된 것은 아니어서 아직 적극적인 검토대상은 아니라고 전했다.

홍콩은 지난 1983년 이후 달러화에 대한 페그제를 시행하고 있다.

1달러당 7.75~7.85홍콩달러 범위를 유지하고자 홍콩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통화정책도 연동하고 있다.

환율이 페그제 범위를 벗어나려고 하면 홍콩 통화당국은 달러화에 대해 홍콩달러를 매각하거나 매수하는 개입에 나선다.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이 달러화를 무기로 중국에 벌을 주려는 시도에 맞서 중국이 여기서 벗어나려는 노력만 더 가속화하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달러화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위안화 국제화에 더욱 박차를 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또 이번 조치가 달러페그제를 시행 중인 다른 국가에도 달갑지 않은 신호를 보내는 것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때문에 글로벌 금융시장에 불안이 초래될 수 있고 달러화의 세계적 지위도 약해질 수 있다고 이들은 지적했다.

런던캐피털그룹의 제스퍼 롤러 리서치 헤드는 "홍콩달러를 공격대상으로 하는 미국의 움직임에 리스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신뢰할 수 있는 기축통화라는 달러화의 지위에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면서 "결과에 따라 다른 국가들이 심지어 자발적으로 달러페그를 포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시장은 이같은 소식을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였다.

홍콩달러 환율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고, 항셍지수와 H주 모두 올랐다.

다만 홍콩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HSBC홀딩스 주가는 홍콩증시에서 4.3%나 하락했다.

sm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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