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1983년 이후 유지돼온 홍콩의 달러 페그제 폐기론이 또다시 부상했다.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을 둘러싼 갈등으로 홍콩의 금융허브 지위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홍콩의 달러 페그제 폐기론까지 이어진 모양새다.

지난 8일(현지시간) 한 주요 외신은 미국이 중국에 대한 제재의 일환으로 홍콩의 달러 페그제를 약화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보좌진이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 강행에 대한 보복으로 페그제 약화 방안을 거론했다는 것이다.

페그제 약화 수단으로는 홍콩 은행들의 달러 매입을 제한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홍콩 중앙은행인 홍콩금융관리국(HKMA)이나 홍콩 은행들이 홍콩달러를 미 달러화로 자유롭게 환전할 수 없게 될 경우 홍콩달러화의 가치는 폭락할 수 있으며 홍콩에서의 자본 유출도 촉발할 위험이 있다. 이는 금융허브인 홍콩 시장의 불안을 촉발해 전 세계 금융시장으로까지 타격을 미칠 수 있다.

외신은 이를 핵폭탄급 옵션이라고 전하면서 아직 고위급에서 논의되는 방안은 아니며 미국과 홍콩 간의 범죄인 인도조약을 폐기하는 방안 등이 오히려 더 선호된다고 전했다.

주목할 점은 2008년 주택 가격 붕괴를 점쳤던 헤지펀드 매니저 카일 배스가 지난달 홍콩의 달러 페그제 베팅을 강화하면서 이 같은 우려가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배스는 이미 1년 이상 페그제가 폐기될 것에 베팅해왔으며 6월 초 200배 레버리지를 활용한 옵션 계약으로 페그제 폐기 베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베팅은 18개월 내 페그제가 폐기될 것이라는 데 돈을 건 베팅이다.

배스의 베팅에 시장이 주목하는 것은 미중 갈등으로 금융허브로서의 홍콩의 지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실제 미국 당국이 이 같은 방안을 거론하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홍콩금융관리국(HKMA)은 이미 이러한 우려가 제기되자 지난 5월 말 공식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중국의 홍콩보안법 강행에도 홍콩은 달러 페그제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후 배스의 베팅으로 이 같은 우려가 탄력을 받자 폴 찬 홍콩 재무장관이 나서 당국은 중국의 도움 아래 달러 페그제를 방어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미국의 어떠한 조치에 대해서도 비상대책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홍콩은 홍콩달러를 미 달러화 가치와 연동하는 달러 페그제를 시행하고 있으며 홍콩달러가 7.75~7.85달러 범위를 벗어나면 개입해 페그제를 방어해왔다. 현 밴드 수준은 2005년에 설정된 범위로 이후 종종 테스트를 받긴 했지만, 깨진 적은 없다.

홍콩의 외환보유액은 4천300억달러를 웃돌며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3조달러를 웃돈다.

만약 미국이 페그제를 약화하는 수단을 강구할 경우 중국이 나서 이를 방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폴 찬 홍콩 재무장관은 중국의 도움 아래 달러 페그제를 방어할 준비가 돼 있다고 언급해 미국이 페그제 약화에 나설 경우 중국이 통화 스와프를 통해 홍콩달러 방어에 나설 가능성 있다.

전문가들은 페그제가 폐기될 가능성은 작다고 보고 있다. 당장 홍콩에 있는 미국계 은행들이 타격을 입을 수 있는 데다 금융시장의 중심지인 홍콩의 불안은 전 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배스의 전망 중 최근에 적중한 것은 연준의 제로금리 전망이다.

배스는 작년 7월에 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채권시장의 경기침체 신호를 근거로 연준이 금리를 거의 제로 수준으로 내릴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연합인포맥스가 2019년 7월 18일 송고한 카일 배스 "연준, 내년에 금리 거의 제로로 내릴 것" 참조) 당시는 연준의 기준금리가 2.25%~2.50%일 때로 선물 시장에 제로 금리 베팅은 전혀 없을 때였다.

연준은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현재 기준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내린 상태다.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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