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시윤 기자 = 미국 정부 당국자들이 대중 압박으로 홍콩 달러 페그제를 걸고넘어진 것에 대해 국내 증시의 관심이 쏠린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 심화로 중국과 홍콩 금융시장이 불안해질 경우 아시아 증시 전반에 암운이 드리울 수 있어서다.

10일 증권 전문가들은 홍콩 달러 페그제 약화가 현실화될 경우 대중국 무역에서 완충제가 사라지면서 환 리스크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고 봤다.

또 홍콩 항셍 지수를 추종하는 일부 주가연계증권(ELS) 상품이 취약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외신에 따르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보좌진은 이달 초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통과에 대한 보복으로 페그제 약화를 거론했다고 알려졌다.

홍콩페그제란 1달러당 7.75∼7.85홍콩달러로 고정해놓고 환율이 이 이상으로 오르거나 떨어지면 홍콩금융관리국(HKMA)에서 달러를 매도하거나 매수하는 시장 개입에 나서 환율을 안정시킨다.

홍콩은 지난 1983년 이후 달러화에 대한 페그제를 시행하고 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홍콩은 중국과 미국의 완충지대 역할을 하고 페그제를 통해 환이 고정돼 무역에서 추가적인 환 리스크가 방지됐다"며 "특히 중국과의 중간재 무역은 홍콩을 경유한 부분이 많고 우리나라의 해외 투자 자금이 홍콩 증시에 상장된 주식에 들어간 부분이 꽤 된다"고 말했다.

정 본부장은 이어 "특히 ELS의 경우 홍콩 지수에 연동된 상품들도 많다"며 "홍콩 항셍 지수가 급락할 경우 코스피가 꼭 움직이지 않아도 증시 자체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현재까지 홍콩 페그제 약화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적은 상황이다.

오는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 등 대형 정치 이벤트를 앞둔 가운데 오히려 중국 쪽 자금 등으로 위안화가 강세를 보이는 등 시장 불안이 두드러지지 않고 있다.

현재 달러-위안(CNH) 환율은 재차 7위안 아래로 떨어지면서 위안화 강세가 나타났고, 지난 1일 홍콩보안법 통과 이후에도 달러-홍콩달러 환율은 페그제 하단보다 낮은 7.74달러 부근에서 큰 변동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오히려 홍콩 통화당국은 홍콩달러 약세를 유도하기 위해 금융시장 개입에 나선 상황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지난 1일 이후 오히려 홍콩 증시는 오히려 상승하고 있고 중국 본토와 홍콩, 두 시장에 상장된 한 종목의 시장 간 가격을 보여주는 A/H 주식 프리미엄도 크게 변화가 없다"며 "ELS의 경우 시장 상황에 따라 기초자산에서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를 제외하는 구조로도 대응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김두언 KB증권 연구원도 "현재 위안화가 강세로 전환해 홍콩발 리스크는 경감되고 있다고 본다"며 "중국이 홍콩 국가보안법을 통과시켰기 때문에 미국 측 반응이 있을 순 있지만 11월 정치적 이슈와 결부될 수밖에 없어 홍콩 페그제 약화의 실현 가능성은 작게 본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이어 "그간 금융 자유화를 위한 시장 안정성을 담보하는 장치가 페그제였고 이를 통해 홍콩이 아시아 금융 허브로서 자리매김한 게 사실"이라면서도 "특별 지위가 없어지면 장기적으로 와해할 가능성이 크지만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이뤄질지는 미지수"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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