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임하람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중국 제재의 일환으로 '홍콩 페그제 철폐'라는 초강력 카드를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국제금융시장이 관련 뉴스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홍콩 달러화의 가치를 미국 달러화에 고정해 양 통화의 자유로운 교환을 보장한 홍콩 페그제가 폐지될 경우 홍콩의 아시아 금융시장 허브 지위가 흔들릴 수 있어서다.

특히 원화의 경우 위안화와의 연동이 강하고 페그제 철회가 외국인의 가파른 자금 유출로 이어질 경우 국내 시장에 미칠 파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10일 서울환시 시장 참가자들은 홍콩 페그제가 철회될 가능성은 크지 않고, 달러-원 환율 등 국내 자산 가격에 본격적으로 반영되기는 이르다면서도 관련 노이즈가 계속되면 발작성 반응을 줄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한 국내 은행의 외환 딜러는 "미국이 페그제 철폐를 정말로 시행하기 위해서는 돌아올 위험 요소도 고려해야 해서, 실제 실행 가능성은 아주 낮다고 본다"면서도 "다만 (페그제 철폐) 이슈는 분명히 수면 아래에 있는 잠재 리스크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의 외환 딜러는 "홍콩 페그제는 미국의 '중국 흔들기'의 일환으로 시장이 의미 있게 받아들이지는 않는 것 같다"며 "미·중 관계가 정말 악화하는 국면으로 접어들지 않는 이상 의미 있는 재료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홍콩의 한 외환딜러는 "페그제는 깨질 수 없다고 본다"며 "대선을 앞둔 중국 때리기의 일환으로 생각되며 (페그제 폐기 시) 수많은 외국 은행과 기업의 피해를 생각하면 미국이 그렇게 강하게 나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과 중국 간의 갈등이 심화하는 국면 속에서 페그제의 점진적인 와해 및 장기적 관점에서의 폐기가 불가능한 이야기만은 아니라는 평가도 나온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트럼프 행정부가 페그제 폐지를 어떻게 실행할 수 있는지 계속 알아보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고, (페그제 폐기는) 홍콩이 중국화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한 흐름인 것 같다"며 "중장기적으로 홍콩의 금융허브 기능이 분산되고 다시 정상화되는 과정이 혼란스러울 수 있고 아시아 금융시장의 불안 요인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만약 홍콩 페그제가 실제로 폐지될 경우, 홍콩 당국의 홍콩달러 방어 여부와 홍콩 증시 급락 가능성이 우려 요인으로 꼽힌다.

우선 홍콩 금융관리국(HKMA) 등 외환 당국의 방어 능력 및 보유 유동성은 충분한 수준으로 파악된다.

지난 4월 말 기준 홍콩의 외환 보유액은 4천400억 미국 달러로 본원 통화 총량의 6배에 달하며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율도 91.5%로 관리환율제도를 활용하는 여타 국가 중 가장 많은 수준이다.

또 홍콩 페그제가 위협받을 경우 홍콩은 3조 달러 이상의 외환보유액을 보유한 중국과의 통화 스와프 등을 활용해 홍콩달러의 가치를 방어할 수 있다.

다만 페그제가 실제로 폐지되고 홍콩 달러화의 가치를 방어해야 할 경우 아시아 시장 전반에 대한 외국인의 평가 등이 우려 요인이다.

또 금융 허브로서 홍콩 지위가 흔들리며 홍콩 증시가 급락할 경우 홍콩 주가지수에 연계된 국내 ELS 영향 등으로 서울환시 달러 수요가 몰리며 불안이 증폭될 수 있다.

전 연구원은 "홍콩달러 방어를 위해 홍콩과 중국 당국이 외환보유액을 소진할 경우, 시장이 이를 어떻게 평가할지를 봐야 한다"며 "단기적으로 우리 시장에 미칠 수 있는 가장 큰 영향은 ELS와 관련된 연쇄 충격에 지난 3월과 같은 달러 수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고 말했다.

hrl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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