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액정표시장치(LCD) 생산을 중단하는 삼성전자가 LG디스플레이에서 TV용 LCD 패널을 공급받는 것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LCD 사업을 접기로 했지만 당분간 TV 생산을 위해 수요가 있는 삼성전자와 안정적인 공급처가 필요한 LG디스플레이의 이해 관계가 맞아 떨어진 결과로, 양측은 조만간 공급 계약을 체결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진다.

13일 전자·디스플레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차세대 디스플레이인 퀀텀닷(QD) 사업 전환을 위해 내년부터 LCD 생산을 중단하기로 한 데 따라 LG디스플레이로부터 LCD 패널을 받는 것을 고려하고 있으며, 양측 간 관련 협의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당초 중국 CSOT(화싱광뎬·華星光電), BOE(京東方) 등에서 LCD 패널을 공급할 것으로 봤다.

또 삼성전자가 대만 폭스콘이 인수한 샤프의 패널도 공급받을 것으로 알려져 대부분의 점유율을 중화권 업체가 차지할 것으로 관측됐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안정적인 패널 공급처를 찾던 LG디스플레이가 삼성전자에 패널 공급을 제안하면서 삼성전자도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과거에는 삼성전자가 쓰는 LCD 패널은 VA 방식이고, LG디스플레이가 생산하는 것은 IPS 방식으로 달랐지만, 지금은 삼성전자도 IPS와 유사한 PLS 패널을 적용하고 있어 LG디스플레이 패널을 사용하기에 무리가 없는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LG디스플레이와 함께 CSOT, BOE, 샤프 등의 LCD 패널도 공급받으면서 공급처 다변화를 꾀할 것으로도 보인다.

업계는 삼성전자가 이 중 LG디스플레이로부터 공급받는 물량이 1조~2조원 가량일 것으로 추정했다.

삼성과 LG는 지난해 QLED TV와 올레드(OLED) TV 광고를 두고 신경전을 벌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 서로를 신고하며 'TV 전쟁'을 벌였다.

그러나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 발전과 패널 수급 안정을 위해 여러 차례 손을 잡은 바도 있다.

2017년 삼성전자는 LG디스플레이로부터 65인치, 75인치 등 TV용 LCD 패널을 공급받았다.

이 거래는 2016년 말 샤프가 갑자기 삼성전자에 LCD 패널 공급 중단을 통보하면서 추진됐다.

샤프를 인수한 대만 홍하이가 프리미엄 TV 시장 진출 계획을 밝히면서 경쟁사인 삼성전자와의 거래를 일방적으로 끊어버린 것이다.

이에 앞서 2009년에는 자체 생산하지 않는 모니터용 LCD 패널을 상대 업체에서 조달하기로 하는 상생협력 방안에 전격적으로 합의했다.

삼성과 LG는 직접 생산하지 않는 모니터용 LCD 패널을 외국 시장에서 들여왔지만, 상생협력 방안에 따라 삼성전자는 자체 생산하지 않는 43.18㎝ 모니터용 패널 4만장 이상을 매월 LG디스플레이에서 사들이고, LG전자는 같은 방식으로 삼성전자에서 55.88㎝ 모니터용 패널 4만 장 이상을 구매하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에 대한 패널 공급으로 LG디스플레이의 LCD 사업 수익성도 개선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65인치 이상 대형 LCD 패널을 중국 광저우(廣州) 8.5세대 LCD 생산라인을 통해 공급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경쟁 구도를 형성해 온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가 LCD 패널 수급 계약을 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며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상생협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mr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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