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한차례 이상 유증할 듯…연간 1조 넘어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정부가 3차 추가 경정 예산을 통해 사실상 기업은행에 대한 네 번째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정부의 실탄은 기업은행이 대출자산을 늘려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다. 하지만 만기 연장 등 규제 완화가 조여지는 시점에는 독이 될 수도 있다. 유상증자를 바라보는 소액주주의 시선도 곱지만은 않다.

1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3차 추가경정 예산안에 4천845억원의 기업은행 증자금을 포함했다.

정부는 지난 4월에만 두 차례(2천640억 원·4천125억 원), 6월에도 한차례(1천78억원)를 통해 상반기에만 총 7천843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했다. 이번 예산 규모를 더하면 연내 1조원 이상의 증자가 이뤄지는 셈이다.

상반기 유상증자는 당초 5조원에서 7조8천억원 규모로 확대된 소상공인 초저금리대출 지원분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었다.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고 있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공급을 늘리고자 하반기 자본확충을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정부 차원의 보증부 대출이 공급될 때마다 기업은행은 증자를 통해 몸집을 불려왔다. 실제로 올해 1분기 기업은행의 대출성장률은 2.2%에 불과했지만, 현재 시장이 내다보는 연간 성장률은 8~10%까지 확대됐다.

대출자산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소상공인 초저금리 대출의 경우 100% 보증서 담보로 진행되는 만큼 건전성 우려는 없다. 다만 은행 입장에선 이자로 수익을 내기 어려워 순이자마진(NIM)이 급격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는 단기적인 수익성에는 악영향을 주지만, 장기적으로는 신규 고객기반을 확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기업은행이 취급한 코로나19 대출의 70% 이상은 신규 고객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부가 은행의 자금공급 기능을 강화하고자 취한 조치들을 거둬들이는 때가 오면 상황은 달라진다. 은행들은 내년 하반기부터 자산 건전성이 눈에 띄게 두드러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른 시중은행보다 상대적으로 자산 건전성과 자본 여력이 약한 기업은행에는 더 부담이다.

한 시중은행 여신담당 임원은 "정부가 연말까지 한시적인 조치들을 유지한다고 가정하면, 본격적으로 자산 건전성이 악화하는 시점은 내년 하반기가 될 것"이라며 "각종 보증부 대출 등이 주는 착시효과로 당장은 대규모 자금 공급에도 은행의 건전성이 좋아 보일 수 있지만, 자영업자 등 중소기업의 상황이 쉽게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이은 유상증자를 향한 외국인과 소액투자자들의 부정적인 시선도 기업은행이 해결해야 할 과제다. 최근 들어 각종 온라인 재테크 관련 카페에는 고배당 주식으로 손꼽혀온 기업은행을 '팔라'는 게시글이 늘고 있다. 세 번째 유상증자를 결정한 이후 외국인은 연일 순매도 행보다.

출연 아닌 3자 배정 형식으로 진행된 유상증자에 대해 기존 주주들은 부정적이다. 자신이 가진 주식 가치가 희석될 수밖에 없어서다. 유상증자로 상장된 물량은 통상 1년간의 의무보호예수 기간이 부여되지만, 투자심리에 미치는 불안감은 크다.

지난 10일에도 최근 실시한 유상증자 1천78억원 규모의 보통주 1천241만주(주당 발행가액 8천685원)가 추가 상장됐다. 상반기에 늘어난 주식 수만 9천931만주다. 최근 8천원 안팎을 넘나드는 주가를 고려하면 하반기에 진행될 유상증자로만 6천만주 이상 주식 수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상반기 유상증자 절차가 마무리된 만큼 정부는 조속히 추가 증자 절차에 돌입할 예정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기업은행은 시중은행과 달리 정책자금 공급이란 정체성을 우선해 평가해야 한다"며 "소상공인은 물론 기간산업 협력업체 등 여전히 유동성을 필요한 기업이 많다. 필요할 경우 조속히 자금을 공급할 수 있도록 자본확충 절차가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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