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과실이냐 디지털 리스크냐 팽팽



(서울=연합인포맥스) 김예원 기자 = 정부가 보이스피싱을 척결하기 위해 금융회사가 배상책임을 지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가운데 은행권에서 난감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은 모바일뱅킹 등의 확산으로 디지털 금융 리스크가 커진 상황에서 분담체계를 재고하자는 취지라는 입장이다.

◇ 금융당국 "디지털금융 신종 리스크…분담 체계 고민 필요"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금융당국과 은행권은 보이스피싱에 대한 금융회사 배상책임 방향을 두고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실무급은 물론 소비자보호총괄책임자(CCO) 등 임원급과의 회의도 진행했다.

앞서 지난달 24일 금융위가 보이스피싱 척결방안을 발표하면서 금융회사의 배상책임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데 따라서다. 금융위는 이용자의 고의나 중과실이 없는 한 금융회사가 원칙적으로 배상책임을 지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우선 이상금융거래탐지시스템(FDS) 고도화가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보이스피싱이 의심되는 금융거래에 대해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것이 우선돼야 하고, 그럼에도 피해가 발생하면 고의 또는 중과실이 아닐 경우에 한해 책임을 부담하라는 것이다.

특히 해당 책임 원칙은 종전 전자금융거래법에 있었던 원칙을 디지털금융까지 확대 적용하는 것이란 설명이다.

실제로 전자금융거래법 제9조에서는 금융회사 또는 전자금융업자가 손해를 배상해야 하는 책임을 규정하고 있다. 다만 이용자의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있는 경우로서 그 책임의 전부 또는 일부를 이용자의 부담으로 할 수 있다는 약정을 체결한 경우 일정 책임을 이용자에게 묻도록 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손에 모바일 단말기를 갖고 다니면서 금융에서는 초단위로 리스크가 생기게 된 셈"이라며 "디지털 금융으로 인해 새로운 운영 리스크가 생겨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해킹의 경우 이용자와 상호작용이 없이 일방적이지만 보이스피싱의 경우 이용자와 상호작용이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며 "그런 부분에 대해서 금융회사의 의견을 참고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 토스가 쏘아올린 선제적 배상…핵심은 '고의·중과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현재 은행권도 은행연합회를 중심으로 실무급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보이스피싱 배상과 관련한 논의를 하고 있다.

앞서 은행권에서는 척결방안 발표에 앞서 이러한 방안에 모두 반대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의 보이스피싱은 문자 또는 전화에 의한 사기·강박으로 이뤄지는 만큼 피해자의 과실일 수밖에 없는데 금융회사에 배상책임을 지우는 것은 지나치다는 취지에서다.

사전예방과 인출 차단을 위한 제도, 고객 대상으로 한 홍보·연수 등 다양한 방면에서 스피싱 예방을 위해 제도 등을 충분히 운영하는 점도 주효했다. 실제로 금융회사가 배상하면 배상을 받기 위해 악용되는 사례가 많아질 것이라는 점도 우려되는 요인이다.

이 때문에 배상 여부를 가를 '고의·중과실'에 대한 판단 기준이 향후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의 경우 고객이 자신의 계좌에 보유한 금액을 지급해달라고 요구하면 지급할 수밖에 없어 악용될 여지가 충분히 있다"며 "금융당국에서도 원칙적으로 고의·중과실을 판단할 기준을 마련해보겠다고 해서 그에 대해 고민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6일 모바일 송금업체 토스는 고객 피해 전액 책임제를 도입하며 보이스피싱 피해에 대해서도 손해 금액을 보상하겠다고 나서면서 상황은 복잡해진 모양새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토스 역시 고의나 중과실로 인한 피해는 제외하겠다고 한 만큼 실제 배상이 될지는 기다려봐야 한다"고 부연했다.

은행권은 현재 통신사기피해환급법에 따라 금융회사에는 피해구제보상제도가 적용되는 반면 토스는 이런 법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점도 불균형하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은행권의 경우 통신사기피해환급법에 따라 보이스피싱 피해자가 사기범에게 자금을 이체한 계좌(사기계좌)에 대한 지급정지 요청과 피해구제 신청을 할 수 있도록 절차를 마련하고 있다.

ywkim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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