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원 기자 = 국내 보험사들이 대표적 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RBC)비율 관리를 위해 적극적으로 채권재분류에 나서고 있다.

1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4조33억원 수준의 만기보유증권을 보유하고 있던 DGB생명은 지난 5월 말 이를 모두 매도가능증권으로 변경하는 조치를 취했다.

DGB생명이 기존에 1조540억원 규모를 쌓아뒀던 점을 고려하면 이번 채권재분류를 통해 매도가능증권 계정에는 5조원이 넘는 자금이 확보된 셈이다.

DGB생명 관계자는 "최근 기준금리의 추가 인하 조치 등이 지속하면서 내부적인 논의 끝에 채권재분류를 결정하게 됐다"며 "상반기 결산이 완료되는 이달 내에는 RBC비율 변화 등의 구체적인 성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DGB생명의 올해 1분기 말 RBC비율은 187.54% 수준이다.

같은기간 국내 생보사들 평균이 281.22%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평균을 크게 하회하고 있다.

실제로 DGB생명보다 RBC비율이 낮은 곳은 DB생명(165.51%)과 IBK연금보험(174.64%) 정도가 전부였다.

아울러 33조4천억원가량의 만기보유증권을 보유하고 있는 NH농협생명 또한 채권재분류를 위한 내부 논의를 지속하고 있다.

NH농협생명 관계자는 "그간 채권재분류에 대한 필요성을 지속해서 느껴왔고 지주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며 "다만, 아직 향후 방향성에 대해서 뚜렷한 결론이 나온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NH농협생명 또한 1분기 말 기준 RBC비율이 191.63%에 불과해 자본확충 필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는 곳 중 하나로 평가된다.

이미 채권재분류 작업을 사전에 끝낸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 '빅3'의 경우에는 RBC비율을 각각 324.98%, 245.62%, 346.05% 수준에서 관리하고 있다.

보험사들은 고객에게서 확보한 보험료를 채권·주식 등에 투자한 뒤, 이를 만기까지 보유할 자산인 만기보유증권이나 중도에 매각할 자산인 매도가능자산으로 나눠 분류한다.

특히, 최근에는 향후에도 저금리 기조가 지속될 것에 무게를 두고 평가이익을 누리려는 차원에서 매도가능증권으로 분류하는 기조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만기보유증권으로 분류할 경우 장부가격과 이자수익만을 인식할 수 있는 반면, 저금리에서는 금리 차이에 따른 평가이익을 기타포괄손익으로 잡을 수 있는 점을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RBC비율은 지급여력금액을 지급여력기준금액으로 나눈 값인 만큼, 평가이익이 반영돼 지급여력금액이 커지면 RBC비율에도 긍정적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향후 금리의 방향성을 예단하기 쉽지 않은 데다, 한번 채권재분류에 나설 경우 향후 3년간 변경이 불가능하다는 점 등이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향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완화할 경우 신종자본증권이나 후순위채 발행 등 다른 옵션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는 보험사들도 많다"고 전했다.

j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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