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노요빈 기자 = 서울 채권시장에서 한국은행이 채권시장 안정화에 나섰던 지난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비교하면서 현재보다 적극적인 국고채 매입 스탠스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13일 채권시장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지난 금융위기 당시에 채권시장 안정을 위해 한 차례 국고채 1조 원을 단순매입했다.

2008년 당시 국고채 잔액이 약 239조 원으로 현재 679조 원보다 3분의 1 정도 규모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은이 올해 세 차례 시행한 단순매입 규모와 얼추 비슷한 수준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한은은 시장 안정화 및 국고채 수급 개선 등을 이유로 올해에만 총 세 차례에 걸쳐 4조5천억 원 규모의 단순매입을 진행했다. 전체 단순매입 규모에서 만기 도래분 1조3천500억 원을 차감하면 순증은 3조 원 남짓이다.

자산운용사의 한 채권 운용역은 "한은은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때도 국채 매입에 제한적인 모습을 보였는데 올해는 벌써 세 번 진행했다"며 "지난 3월 국채 매입 때는 10년 지표물을 매입하면서 시장 안정화 목적이라는 멘트를 분명히 해줬지만, 그 이후 4월, 6월 말 모두 멘트가 조금씩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한은이 정책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 기대감을 가져가는 게 좋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주열 한은 총재는 3월 임시 금융통화위원회 이후에 "국고채 금리가 상승하고 기준금리와의 격차가 커진다든가 하는 일이 있다면 곧바로 국채 매입을 한다든가 해서 시장 안정화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시장 참가자들 역시 3차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포함한 하반기 물량 공세가 예고된 상황이지만 한은의 국고채 단순매입 입장 변화에 거는 기대감은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산운용사의 한 채권 운용역은 "국채 매입 기대는 없어 보인다"며 "한은이 시장에서 기대하는 정례화 방안이나 연내 매입 물량을 확정하는 등 조치를 꺼낼 가능성은 작다"고 말했다.

그는 "단순매입 종목이 비지표물로 구성되는 상황에서 굳이 한은이 이 정도 금리 레벨에서 국채 매입에 나서지 않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다만 현 상황을 금융위기 당시와 단순 비교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었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2008년 당해 국고채 발행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며 "현재 금융기관의 자산 규모 역시 많이 늘어난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 연구원은 "코로나 사태 이후에 한은의 RP(환매조건부채권) 매각 규모가 10조 원 내외에서 18조 원까지 증가한 만큼 올해 단순매입 규모에서 실제 시장 안정 및 수급 개선을 위한 목적은 어느 정도 될지 가늠하기는 더욱 어려운 상황이다"고 말했다.

ybn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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