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홍경표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신용경색이 잦아들어도 'A'등급 회사채 시장에는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BBB'급 회사채가 철저하게 시장에서 외면받고 있는 상황에서 A급 회사채도 수요 양극화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A급 회사채 차환 물량이 3조8천억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회사채 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산업은행이 저신용등급 회사채 매입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지원도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2분기 A급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수요 미달이 발생한 기업은 총 6개였다.

이 중 건설 관련 기업은 한화건설(A-), GS건설(A), 현대건설기계(A-)였으며 사조산업(A-), OCI(A)도 수요예측에서 미달이 발생했다.

자동차 부품 기업이면서 건설사를 종속회사로 두고 있는 한라홀딩스(A)는 3년물 수요예측에선미달했으나, 추가 모집에서 산업은행 등이 참여하면서 증액 발행했고, 5년물은 초과 수요가 발생했다.

반면 같은 A등급 임에도 보령제약(A)과 동아쏘시오홀딩스(A) 등 제약회사와 NS쇼핑(A), 하이트진로(A), 매일유업(A+), 한솔제지(A) 등 소비재·유통 기업, SK머티리얼즈(A+), 효성첨단소재(A) 등은 수요예측에서 오버부킹됐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기 침체에 A급 중 주로 건설 관련 기업들을 중심으로 수요 부족 현상이 발생하고 있으며, 제약과 소비재 기업은 상대적으로 수요 예측에서 선방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시장에서는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된 올해 3월 말 이후로 A급 회사채 양극화 현상이 본격화된 것으로 보고 있다.

'AAA'급 회사채와 'AA'급 회사채는 코로나 이후 신용스프레드가 확대됐다가 국내 코로나19 확산이 주춤해진 이후 줄어드는 추세지만, A급 회사채는 벌어진 스프레드가 회복되지 않고 있다.

이에 실적이 불확실하거나 코로나19로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업종의 경우 수요자들이 투자를 꺼리고 있다.

올해 2월 한화건설은 8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하기로 하고 수요예측을 했는데 총 1천190억원의 수요가 몰렸지만, 코로나19가 본격화된 올해 5월에는 수요예측에 아무도 들어오지 않아 '격세지감'을 느끼게 됐다.

정부의 채권안정펀드가 신용등급 'AA-' 회사채를 주로 지원했던 것도 A급 회사채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

금융시장의 '큰 손' 연기금들도 리스크관리를 위해 AA급 회사채만 들여다보고 있어서 A급 회사채 수요는 더욱 줄어들고 있다.

시장에서는 코로나19 확산이 진정되고 기업의 실적이 회복되는 것이 A급 회사채 수요 위축의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이야기하지만, A급 기피 현상에 따라 수요·공급 '미스매치'로 멀쩡한 기업들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은 막아야 한다고 봤다.

A급 기업의 올해 하반기 회사채 차환 도래 물량이 3조8천160억원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산은이 준비 중인 저신용 회사채 매입기구가 'BBB'급 뿐만 아니라 'A'급 회사채 매입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현재 산은이 회사채 수요예측 후에만 참여하는데, 기업 수요예측 자체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 시장참여자들로 하여금 신뢰를 줄 필요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AA급 회사채가 안정되는 이유 중 하나는 산은 등에서 AA급 수요가 들어와주고 있기 때문이다"며 "A급 회사채 시장도 정부나 정책기관에서 임팩트 있게 들어와주면 시장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kph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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