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임하람 기자 = 달러-원 환율이 공고한 박스권에 갇힌 가운데 시장 참가자들의 피로도도 높아지고 있다.

달러-원 환율이 좀처럼 레인지를 벗어나지 못하자 시장이 정체된 이유에 대해 각양각색의 추측이 나온다.

최근 시장에 롱과 숏 포지션이 맞붙으면서 손실을 본 일부 하우스의 거래 의지가 상실됐다는 말이 나온다.

또 일각에서는 당국이 변동성 관리를 하고 있다는 추정까지 조심스레 제기된다.

14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전일 현물환 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1,200.90원에 종가를 형성했다.

달러-원 환율은 지난달 22일 이후 3주 넘게 1,195~1,208원의 레인지에 정체되어 있다.

지난 9일에는 환율이 결국 전일의 종가와 같은 수준으로 회귀하며 보합 마감하기도 했다.

달러-원 환율이 보합 마감한 것은 지난해 9월 26일 이후 약 10개월 만이다.

달러-원 환율이 극도로 정체된 모습을 나타낸 배경으로는 여러 요인이 꼽힌다.

우선 글로벌 달러화가 명확한 방향성을 나타내지 않고 있고 금융시장이 하루걸러 하루 리스크 온·오프로 돌아서고 있어서다.

달러-원 환율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미·중 갈등 등 우려 요인과 금융시장 랠리 등이 상충해 방향성을 잡지 못하고 있다.

최근 서울환시 참가자들은 달러-원 환율의 중장기 흐름에 대해 상반된 전망을 한 것으로 보인다.

유로화 강세 등으로 글로벌 달러화가 약세 조짐을 나타내고 있고 유동성 장세에 힘입은 증시 랠리 등으로 달러-원 환율이 계단식 하락 흐름을 보이자, 숏 포지션으로 돌아선 참가자들이 다수였다.

그러나, 금융시장이 곧바로 미·중 갈등과 코로나19 재확산 등 이슈에 연동되면서 달러-원 환율이 1,200원대를 회복했다.

이같은 과정에서 포지션을 전환하지 못하고 손실을 본 일부 하우스의 거래 의지가 상실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방향성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포지션을 잡아 손실을 볼 바에야 거래를 하지 않고 추이를 지켜보는 것을 선호한다는 설명이다.

A 은행의 외환딜러는 "시장 참가자들이 적극적으로 플레이하는 느낌은 없어졌다"며 "워낙 재료가 상충하고 방향성을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보니 롱·숏 베팅을 하는 딜러들이 적어진 것은 사실이다"고 말했다.

이 딜러는 "이런 요인으로 시장이 조금 위축되고, 무료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달러-원 환율이 워낙 정체된 흐름을 나타내자 외환 당국이 변동성 관리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추측까지 제기된다.

B 은행의 외환딜러는 "스팟 시장에서 당국 개입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가 조금씩 나온다"며 "시장이 워낙 박스권이니 위아래로 개입 경계감이 모두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또 "현 분위기에서 환율 강세는 그림이 좋지 않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최근 시장에서 당국의 개입으로 추정할 만한 물량이 없었고, 당국이 나서서 개입을 단행할 레벨이 아니라는 점 등을 고려하면 당국 관리설은 추측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C 은행의 외환딜러는 "원화가 유로, 위안화 등 글로벌 통화 움직임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당국이 개입을 단행한다는 것은 전혀 맞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며 "달러-원 환율이 정체되는 이유를 시장에서 찾다 보니 그런 소문이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외환시장 참가자는 "글로벌 달러화 방향도 그렇고, 리스크 심리도 상, 하방이 모두 열려있어 다음 충격이 오기 전까지는 모두 몸을 사리는 분위기다"며 "당국의 개입 관련 소문은 잘못된 추측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hrl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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