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부동산 시장에서 이른바 '똘똘한 한 채'라는 말이 더 큰 관심을 받기 시작한 것은 현 정부 들어서다. 다주택자를 겨냥한 세금 확대와 대출 억제 등의 각종 부동산 정책이 잇따르자 강남의 고가 주택 한 채는 갖고 있어야 한다는 욕망은 더욱 커졌다. 수요는 가격을 밀어 올린다. 정부가 아무리 대책을 내놔도 강남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똘똘한 한 채의 위력은 대단했다.

강남 집값이 치솟던 2018년 9월 당시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와 "모든 국민이 강남 가서 살아야 할 이유는 없다"고 했다. 부동산 가격 급등에 국민 불만이 고조되던 시기에 이 말은 불 난 집에 기름을 끼얹은 꼴이 됐다. 사실 모든 국민이 강남에 고가 아파트 한 채를 살 형편이 안 되고, 굳이 살아야 할 이유도 없는 게 맞지만 약 올리는 말의 끝판왕처럼 회자됐다. 야당에서는 장하성 실장이 살고 있던 송파구 아시아선수촌아파트가 1년 만에 4억5천만원 올랐다는 사실을 거론하면서 "연봉의 몇 배가 올랐으니 축하한다"고 비꼬았다. 당시 상당수의 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개포동과 대치동, 압구정동, 반포동 등에 똘똘한 한 채를 보유하고 있던 사실이 드러났다. 집값이 7억원이나 오른 경우도 있었다.

한참 전에 세종시에 뿌리를 내린 정부 주요 경제부처에서 일하는 장·차관과 국·실장급 이상 관료 중 정작 세종시에 거주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런데도 세종시에 '세컨드 하우스'는 웬만하면 다들 가지고 있다. 실거주 의무도 없는 '공무원 특별공급제도'라는 신의 선물을 받았기 때문이다. 서울과 과천을 떠나 낯선 세종시에서 하루빨리 정착할 수 있도록 도와주려고 도입한 제도가 공무원들의 돈벌이 수단이 됐다. 2015년 말 세종시청이 조사한 결과, 아파트를 특별공급 받은 공무원 9천900명 중 소유권 이전 등기를 마치고 입주한 공무원은 6천198명에 불과했다. 3천명이 넘는 공무원은 전매를 통해 시세차익을 봤을 것이란 의혹이 일었다.

부동산, 부동산, 부동산. 술자리에선 온통 부동산 얘기들뿐이다. 막차를 타지 못한 후회, 한탄과 함께 '성공사례'에 대한 부러움도 안줏거리가 된다. 지금이라도 집을 사야 하는 것이냐, 좀 더 기다려야 하냐를 두고 논쟁이 벌어진다. 집값이 더 오를까, 아니면 내릴까를 두고도 토론이 붙는다. 하지만 늘 정부를 욕하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진짜 집 부자들은 정부 안에 다 몰려있는데 왜 집 한 채도 못 사게 다 막아놨느냐"는 불만들이다. 집을 여럿 채 가지고 있는 공무원들이 한 채만 남겨두고 판다고 집값이 내려가진 않겠지만, 그 자체가 약이 오른다는 불만이다. 강남에 똘똘한 한 채를 소유하고 있으면서 강남에 왜 살려고 하세요라고 약 올리던 장하성 전 실장의 말처럼.

정부가 이번 7·10 대책을 내놓으면서 강조한 것이 "주택은 거주의 목적이 돼야 한다"였다. 맞는 말이다. 토지나 주택을 통해 얻는 소득은 불로소득이다. 노동의 대가로 얻는 게 아니다. 토지와 주택에 공적 개념을 투시하는 것도 그런 차원에서다. 그렇다면 예외가 있어선 안 된다. 그래야 정부의 정책도 신뢰를 얻을 수 있다. 내로남불의 정책이 남발되면 신뢰는 사라진다. 국민을 설득하려면 공적 영역에서 일하는 사람들부터 솔선해야 한다. 특히 국민을 규제하는 정책을 만드는 직접 당사자들은 더욱 그래야 한다. 주거하지 않는 집을 팔라는 경고에 앞서 자신들의 상황을 돌아봐야 한다. 사정있는 사람이 어디 없겠는가. 그래도 국민을 약 올리는 정책은 반드시 실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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