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효지 홍경표 기자 = 이스타항공이 제주항공이 요구한 선행조건 이행 시한일인 15일까지 아무런 조치를 하지 못하면서 인수·합병(M&A) 계약이 무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의 불이행을 내세워 인수 계약을 해지할 명분과 권리를 갖게 됐다고 판단하고, 내부 논의 절차를 거쳐 명확한 입장을 정리할 예정이다.

다만, 정부가 M&A가 무산되지 않도록 협의를 독려하는 상황이어서 계약 해지와 관련한 입장을 급하게 내놓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전망도 있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이스타항공은 제주항공이 요구한 선행조건을 이행 시한인 이날까지 달성하지 못했다.

제주항공은 이날까지 미지급금 해소 등 선행조건을 이행하지 않으면 계약 해지를 통보할 수 있다는 공문을 이스타항공에 보낸 바 있다.

미지급금은 250억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되는 체불임금을 포함해 조업료와 사무실 운영비, 보험료, 리스료, 유류비, 공항시설 이용료 등 1천억원에 달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운항 자체가 중단되고 유동성 상황이 악화해 스타항공은 사실상 제주항공이 요구한 선행조건을 충족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스타항공의 실소유주인 더불어민주당 이상직 의원 일가가 지분을 헌납하기는 했으나 체불임금을 해결하기에는 부족하다.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조가 인력감축 중단을 전제로 임금 반납 등의 고통 분담에 동참하겠다는 입장을 보였지만 역부족이다.

제주항공은 이상직 의원 일가의 지분 헌납에도 이스타항공에 귀속되는 자금이 80억원에 불과하고, 체불임금을 해결하는 데도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이스타항공은 국토교통부와 공항시설 이용료 감면 등의 지원 방안을 논의했으나 최종 결론에 도달하지 못한 상태다.

정유사들에 유류비를 감면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어렵다는 입장만 전달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스타항공이 이날까지 선행조건을 이행하지 못하면 제주항공은 내일부터 계약을 해지할 권리가 생긴다.

항공업 침체 상황이 장기화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이스타항공 인수를 통해 부실이 전이돼 동반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선 우려하고 있다.

다만 실제로 계약해지 절차에 들어갈지를 두고서는 고심이 여전하다.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협상에 나서 달라고 요청하는 점도 변수이자 부담이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달 3일 제주항공의 모회사인 애경그룹의 채형석 부회장과 이상직 의원을 각각 만나 명확한 인수 의지를 보일 경우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메시지를 보냈다.

산업은행은 당초 1천700억원의 자금을 지원하기로 했었으나, 정부 차원에서 추가 지원 대책도 마련하고 있다.

국토부는 제주항공이 추가로 필요한 자금 소요 등을 파악해 제출하면 금융당국 및 산은 등과 타당성을 따져 지원 규모를 정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선행조건이 이행되지 않을 경우 내일 계약을 파기할 수 있는 권리가 생기지만 그렇다고 계약이 자동으로 해지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국토부 고위 관계자는 "이스타항공 인수가 성사됐으면 좋겠다는 입장에서 변한 것은 없다"며 "최종 결정은 제주항공이 하는 것이지만 당장 딜이 파기되는 것은 아니고 연장될 수 있을 것 같다"라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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