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중소형 운용사 물밑접촉…美 운용사 지분투자도 검토

신한BNP운용 특별자산 대체투자운용에 이관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국내를 넘어 아시아 리딩금융그룹을 꿈꾸는 신한금융지주가 자본시장 역량 강화를 위해 전방위 인수합병(M&A)을 추진한다. 그룹 위상에 걸맞은 자산운용사 육성을 위해 국내외 시장에서 파트너 찾기에 나섰다.

1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신한금융은 국내 중소형 자산운용사를 인수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현재는 복수의 운용사와 물밑 접촉을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M&A 숨고르기에 접어든 듯했던 신한금융이 자산운용사를 들여다보고 나선 것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펀드운용 환경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올해 1분기 국내 자산운용사는 펀드수탁고와 투자일임 계약고가 늘어도 부진한 수익률 탓에 절반 이상이 적자를 기록했다. 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업황이 더 악화하자 자산운용업계의 지분정리 수요도 늘어나는 추세다. 금융당국이 건전성 관리 감독에 고삐를 죄자 재무현황을 뒷받침해줄 조력자를 찾는 곳이 늘고 있는 셈이다.

신한금융은 지난 6월 열린 임시 이사회에서 이러한 내용을 담은 자산운용사 인수안을 논의했다. 옥석 가리기만 한다면 어려워진 자산운용업황이 좋은 가능성을 살 기회라는 판단에서다.

다만 단순한 외형 확장보다는 그룹의 금융투자상품 조달에 역할을 할 수 있는 자산운용사를 선별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펀드와 투자일임을 합친 신한BNP자산운용의 AUM은 약 66조원으로 삼성·미래에셋·한화·KB자산운용에 이어 업계 5위다. 빅딜이 아니고서야 업계 톱티어로 올라서기에 한계가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수차례 인수기회가 있었지만, 매번 큰 효과가 없다며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던 것을 보면 AUM 확대가 목적은 아닐 것"이라며 "맨파워나 틈새시장 등 특색있는 강점을 원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는 신한금융이 해외에서 사들인 자산운용사 선례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신한금융은 2018년 9월 인도네시아에서 아키펠라고자산운용을 신한금융투자를 통해 인수했다. 1천300억원 남짓의 AUM을 보유한 소규모 자산운용사를 인수한 것은 그룹 내 리테일 채널에 다양한 해외투자상품 공급망이 필요해서다. 실제 신한금융투자는 작년 이 운용사와 파생결합증권(DLS) 출시를 위한 논의를 진행하기도 했다.

해외 M&A는 현재도 진행 중이다. 신한금융은 미주지역에 기반을 둔 자산운용사 지분 투자도 검토 중이다. 상품 소싱과 자산운용 노하우를 배우려는 포석이다.

앞서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 2억달러의 해외대체투자 장기프로젝트를 가동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당시 조용병 회장은 선진자본을 배우라며 해외자산운용 시장에 대한 관심을 적극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신한금융은 조 회장 취임 이후 그룹 내 자산운용 부문을 육성하는 데 주력해왔다. 신한BNP자산운용 사장을 역임하며 자산운용의 중요성을 몸소 경험해서다. 신한대체투자운용과 신한리츠운용은 그런 조 회장이 첫 임기 동안 만든 자회사다.

올해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 조 회장은 본격적인 자산운용사업 부문의 리빌딩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 그룹 내 자산운용 자회사가 정체성에 적합한 자산구조를 가지고 시너지를 창출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신한BNP자산운용의 자산 양수도가 대표적이다. 신한금융은 현재 신한BNP자산운용이 보유한 대체투자 수탁고를 신한대체투자운용으로 이관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해당 AUM은 전일 기준으로 특별자산(3조9천262억원)과 혼합자산(2조2천239억원), 부동산(1조6천106억원) 등 7조8천억원에 달한다.

그룹 내 M&A에 해당하는 자산 이관이 완료되면 신한대체투자운용(AUM 4조5천473억원)의 수탁고는 배 이상 늘어난다. 2017년 신한프라이빗에쿼티(신한PE)에서 탈바꿈해 적자의 늪에서 탈출한 신한대체투자운용이 또 한 번의 성장의 기회를 맞이하게 되는 셈이다.

신한BNP자산운용은 주식과 채권 등 전통적인 자산 운용에 더해 최근 시장이 확대되고 있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자산운용사 인수는 신한BNP자산운용과 시너지를 낼 파트너를 찾는 과정인 셈이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시장이 어려울수록 맨파워에 기반한 자산운용 역량이 더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며 "합작사인 신한BNP자산운용의 한계를 보완하고자 M&A 등 다양한 방식을 활용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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