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상승기에만 초점 맞춰선 안 돼"

"서울 강남권 그린벨트부터 풀어야…시에 맡겨선 안 돼"





(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이창무 한앙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정부의 최근 부동산 대책과 관련, "시장 가격이라는 것은 사이클에 따라 오르다가도 떨어질 수 있는 것인데, 가격 상승기라는 현재 시점에서만 모든 것을 판단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17일 연합인포맥스 유튜브 채널의 '바로미테뷰'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주택 가격의 성격은 (소유자의) 수입일 수도 있지만, 비용이기도 하다. 불로소득에 대해 당국이 뺏어올 부분이 적어질 수도 있는 것"이라며 이같이 설명했다.

이 교수는 "세제는 장기간의 주택시장 구조에 영향을 주는 사항인데 너무 현재 상황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주택자에게 부과하는 종합부동산세 최고 세율 인상 등의 조치가 지나치게 가격 상승만을 고려하고 있다는 얘기다.

정부는 최근 7·10 대책을 통해 다주택자 대상의 종합부동산세 최고세율을 현재의 두 배 수준인 6%까지 올리고, 4년 단기임대와 8년 장기임대주택 등록제도를 폐지하기로 했다.

이 교수는 임대주택사업자의 순기능을 살릴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그는 "이들이 4년, 8년 집을 보유한 뒤에 지금처럼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단언할 수 없다"며 "8년간 임대해서 자본차익을 거두지 못하고 시장을 떠날 수도 있다. 금융위기나 외환위기처럼 경기 전반의 악화와 소득 감소 등으로 주택가격이 하락하면 집을 사려는 사람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불패신화? 서울 강남도 패한다"…2008년~2013년 실거래가 하락

부동산, 특히 서울에 투자하면 무조건 돈을 벌 수 있다는 '불패신화'라는 인식도 단기적인 현상이라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서울 강남을 보더라도 지난 2008년을 정점으로 2013년까지 실거래가로 크게 떨어졌다"며 "서울 부동산도 패할 수 있는 것으로, 과거 서울시 인근 그린벨트 물량을 엄청나게 늘릴 때 강남 집값이 내려갔다"고 덧붙였다.

향후 부동산 가격이 내려갈 가능성도 고려해서 정책적 대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다주택자의 시장 공급 역할을 키워야 실제 공급 물량이 늘어난다는 게 이 교수의 주장이다.

그는 "다주택자 등의 순기능이 있다"며 "계속 가구 수가 느는데 신규 주택을 늘리는 힘이 필요하고, 그래야 누군가는 주택을 가지고 누군가는 안정적으로 도심지에서 임대해서 살아가는 합리적 시장이 생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동시에 "가격이 오른다는 것은 그만큼 주택 생산의 힘이 만들어지는 것"이라며 "예를 들어 가격이 오르면 재건축 대상 주민들이 서로 싸우다가도 합의해서 사업을 진행하게 되고, 몇 년 지나 1천세대 단지가 2천세대로 새로 공급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수요만을 억제하게 되면 가격을 잡지도 못하면서 공급으로 이어지는 연결 고리도 끊어진다"며 "물론, 다주택자 중에 투기적인 행태도 있겠으나, 10~20년 임대를 하는 다주택자의 모든 집을 뺏어서 무주택자에게 줘야 한다는 생각은 잘못됐다"고 꼬집었다.

그는 "경기 성장기를 지나가고 인구도 축소되는 시기에 구매 여력은 위축된다. 4~5년 전만 해도 부동산 시장이 끝났다는 얘기도 많았다"며 "부동산에 투자한 사람이 무조건 불로소득을 갖는다는 것은 단기적 상황에 매몰된 인식"이라고 비판했다.



◇ "서울 뉴타운 출구전략이 문제 일으켜…그린벨트 풀어야"

신규 공급물량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공임대주택의 확대도 민간의 공급 부족을 해소하기에 한계가 있을 것으로 진단했다.

이 교수는 "공공임대주택은 소득이 낮은 사람부터 해당이 되고 민간주택시장은 높은 가격을 부르는 사람부터 소유하는 것"이라며 "민간시장에 수요가 많이 남아 주택 가격 안정이나 임대료 안정을 가져오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교수는 "고용 도심지역에 대량으로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것은 그린벨트 해제"라며 "반드시 보호가 필요한 곳의 그린벨트가 아닌, 강남권의 그린벨트 활용은 적극적으로 검토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소한 이 문제를 서울시에 맡겨선 안 된다"며 "과거 시에서 뉴타운 출구전략으로 재개발(정비) 구역 400개를 해제하면서 굉장히 중요한 아파트 공급원을 없앴다"며 "지금 서울 부동산 문제는 거기서부터 시작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울 도심은 5~10층 아파트만 남아있고 화성이나 동탄, 수원 등은 초고층 단지가 형성된 것은 잘못된 도시공간 구조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고용 중심지 주변에 인구가 고밀도로 거주해야 통근에 대한 시간 비용과 금전적 비용, 환경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주문했다.

이 교수는 "정부가 수요 억제 부분을 정말 포기하기 어렵다면 그나마 공급 확대와 관련한 부분은 서울시보다는 전체적인 국민의 입장에서 선택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현재 젊은 층의 주택 매수 시점에 대해서는 "학자적 관점에서 차가운 머리로 생각하면 주택 구매는 생애 주기 동안 소득을 갖고 자산을 어느 정도 쌓은 뒤에 사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서 "그때 생긴 빚을 갚아가는 과정에서 자산을 축적하고 소득이 높아지면 추가적인 주택을 갖고 임대해서 노년기에 임대 소득을 가질 수 있다"며 "특별분양공급을 늘려 30대가 주택을 사면 집 한 채 가지려는 40~50대의 기회를 뺏는 것이 될 수 있고, 노년기에도 임차 가구로 남아있다면 그 부담은 젊은 계층이 다시 져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원은 유한하기 때문에 특정 계층을 겨냥한 정책은 장기적으로 부작용을 키울 수 있다는 게 이 교수의 주장이다.

[https://youtu.be/0E9nuqDDQH4]

yw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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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13시 30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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