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미 기자 = 미국 정부가 홍콩 자치법안을 마련하고 중국 관리들에 대한 제재를 준비함에 따라 홍콩 내 글로벌 은행들이 조용히 고객 명단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홍콩 자치법에 따라 블랙리스트에 오른 개인과 거래하는 것이 밝혀지면 미국 은행들은 제재를 위반한 데 따른 엄청난 불이익에 처할 수 있으며 비미국계 은행은 달러화 결제가 가로막힐 수 있다.

또한 최고 경영진인 미국으로 여행하는 것도 금지된다.

은행들이 미국의 제재를 이행하는 조치는 중국이 마련한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을 위반하는 것이 될 가능성도 크다.

소식통에 따르면 은행들의 고객 명단 점검은 리테일과 자산관리 부문에 주로 집중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홍콩 자치법안은 본토 중국으로부터 홍콩의 고도의 자치권을 종결하는 데 도움을 준 개인들에 대한 제재 뿐만 아니라 이들과 '상당한' 수준의 거래를 하는 외국 금융기관에 대한 제재 내용도 담고 있다.

법안을 공동 발의한 이들에 따르면 제재 대상은 중국 공산당 관리에서부터 홍콩 시위대를 탄압한 개별 경찰 부대에 이르기까지 그 범위는 넓다.

통상 미국 은행시스템에 대한 접근을 원하는 은행들은 미국 제재에 처한 고객의 계좌를 동결하거나 폐쇄조치 한다.

그러나 홍콩보안법이 홍콩이나 본토에 대한 적대적인 조치나 제재 부과를 금지하고 있어 은행들이 난처한 처지가 됐다.

결국 은행들의 컴플라이언스 담당자들은 미국의 제재를 따르는 것이 홍콩보안법을 위반하는 것은 아닌지 양쪽 정부를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방안이 있지 않은지 고심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홍콩 제재 법안에 따르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법안 발효 후 90일 내에 제재 대상이 되는 개인이 누군지 밝히고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해야 한다.

이후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60일 동안 제재 대상이 되는 금융기관을 지정해야 한다.

보고서가 나오고 제재할 준비가 끝나면 대통령은 1년 안에 결정을 내려야 한다. 법안에 따른 제재가 어떻게 진행될지는 트럼프 후임자가 결정하게 되는 것이다.

대부분 전문가들은 다수의 기업 및 정부 관리들에 대한 제재보다는 뤄후이닝(駱惠寧) 홍콩 주재 중앙정부 연락판공실 주임과 같은 낮은 직급의 관리가 제재에 처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미국에 자산을 가진 홍콩의 정부 관리들은 많지 않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도 미국 당국이 제재 대상으로 자신을 거론하는 것이 우려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 정부는 과거에도 중국이나 러시아 관료에 대한 광범위한 제재는 꺼리는 모습을 보였다.

골드만삭스나 모건스탠리 등 미국 은행들은 '해외부패방지법' 위반을 우려해 최근 몇 년 사이 전 세계적으로 정부 관리들과 연루되는 것을 피해왔다.

해외부패방지법은 미국 기업이 외국 관료들에게 뇌물을 제공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이다.

매체는 미국 은행들은 제재의 대상이 되는 개인들과 관계를 끊을 가능성이 크지만, 비미국계 은행들은 누가 제재 대상이 되느냐에 따라 관계를 끊는 데 어려운 시기를 보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본토나 홍콩 자회사의 경영진이 중국 지도부 자문단 역할을 맡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HSBC의 아시아태평양 담당 최고경영자(CEO) 피터웡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의 구성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정협은 공산당과 기자, 기업 경영진을 포함하는 최고 정책 자문기구이다.

웡 CEO는 정협의 124명 홍콩 대표 중 한명으로 이들은 모두 홍콩보안법을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sm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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