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정원 기자 = 홍콩자치법이 단기적으로는 페그제에 영향을 못 주겠지만 장기적으론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0일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주 홍콩의 자치권을 탄압하는 중국 관리나 단체뿐만 아니라 이들과 거래하는 금융기관에도 제재를 가하도록 한 홍콩 자치법에 서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일부 은행만 제재를 받을 것이며, 제재 명단에 오르더라도 명단에서 제외해달라고 신청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프랑스 은행 나티시스의 알리시아 가르시아 헤레로 아태지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러한 점이 미국과 중국 간의 금융전쟁으로 확전되거나 갑자기 상황이 극단적으로 악화할 것이라는 우려를 완화했다고 진단했다.

OCBC 윙항은행의 캐리 리 뤄판 이코노미스트도 홍콩자치법과 관련한 가장 큰 걱정거리는 은행에 대한 금융제재였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이러한 은행을 파악하고 실제로 제재를 하는 데 있어서 여지를 많이 줬었기 때문에 당분간은 시장에 실질적인 영향을 주지도 지나친 우려를 만들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SCMP는 또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행정명령에는 홍콩의 달러 페그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홍콩은행들이 미국 달러화 결제 시스템 접근을 제한하는 내용은 없다고도 지적했다.

홍콩달러 페그제란 홍콩이 자국 통화 환율을 1 미국 달러당 7.75∼7.85 홍콩달러 범위에 묶어두는 제도다.

매체는 전 세계적인 위안화의 사용을 제한하는 엄격한 자본통제를 시행하는 중국 입장에서 자유자재로 전환이 가능하고 안정적인 홍콩달러가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고 경화(hard currency)를 조달하는 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경화란 금 또는 각국의 통화와 언제든지 바꿀 수 있는 화폐를 의미한다.

DBS은행의 창웨이량 거시경제 전략가는 미국과 중국이 무역, 기술, 안보 등에 대한 국제적 영향력을 놓고 싸우고 있기 때문에 홍콩 달러 페그제와 관련된 불확실성이 장기적으로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창 전략가는 "미국과 중국 간의 긴장이 계속 고조되고 있다는 것은 여전히 큰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중국이 미국 관료들에 대한 제재로 보복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모든 것들은 미·중 양국 간의 관계를 둘러싼 환경이 긴장돼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반면 세이지캐피털그룹의 프랭클린 추 사장은 홍콩이 더이상 아시아태평양지역 국제금융의 청산소 역할을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분명해지기 전까지는 페그제가 깨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추 사장은 "미국은 홍콩이 반자율적인(semi-autonomous) 금융중심지라는 위상을 유지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다만 홍콩자치법은 미국이 중국 정부 당국에 홍콩 자치권을 훼손할 경우 상당한 재정적, 정치적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헤레로 이코노미스트는 "미국과 중국 간의 전략적 경쟁과 디커플링에 따른 지정학적 변화에 이제 홍콩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고 평가했다.

jw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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