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신한금융그룹에서 IT 시스템 개발·운영수탁사업을 도맡아온 자회사 신한DS가 본격적인 자본 확충에 나섰다. 조용병 회장의 2기 체제가 시작되며 디지털금융이 그룹의 핵심 경영 키워드가 되자 그동안 서자 취급을 받던 신한DS의 위상도 급부상하는 모양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DS는 최근 자본확충을 위한 유상증자 논의에 착수했다. 현재 검토 중인 규모는 약 900억원 안팎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신한DS의 총자산은 889억원으로 이중 자본은 214억원 정도다. 유상증자에 성공하면 신한DS의 자산규모는 배로 늘어나게 된다.

자회사의 자본확충은 지주가 키를 쥐고 있는 만큼 구체적인 방식과 규모에 대해선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 신한DS는 오는 2022년 2월 지주에서 차입한 240억원도 만기가 돌아온다.

신한DS는 인적·물적 인프라 확대를 위해 이번 자본확충을 계획했다.

특히 신한금융이 오는 2025년까지 그룹의 기존 IT시스템을 클라우드 체제로 전환하기로 하면서 필요성이 더 커졌다.

신한DS는 조용병 회장 주도로 도입한 '디지털 핵심기술 후견인 제도'에 따라 그룹의 클라우드 기술에 대한 종합적인 지원을 담당하고 있다. 인공지능(신한은행)과 빅데이터(신한카드), 블록체인(오렌지라이프), 헬스케어(신한생명)를 맡고 있는 다른 자회사보다 보유하고 있는 인프라 기반이 약한 게 현실이다.

이에 신한DS는 향후 확충될 자본을 바탕으로 핀테크 등 스타트업 인수합병(M&A)은 물론 외부 인재영입 등 다방면으로 인프라를 강화할 방침이다.

최근 신한DS가 클라우드 관리기업 베스핀글로벌과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합작사 설립을 위한 검토에 돌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현재는 인력 구성과 사업계획 전반을 논의 중이다.

지주가 디지로그 사업의 일환으로 그룹의 디지털 기술 창고이자 통합 연구개발 센터인 'SDII'를 확대 운영키로 한 것도 신한DS의 자본확충에 힘을 싣고 있다. 현재까지 외부에서 영입돼 SDII에 몸담는 디지털 전문가 대다수는 신한DS 소속이다.

이러한 신한DS 위상의 변화는 지난해 말 사장단 인사가 시발점이 됐다.

당시 임기가 만료된 8명의 사장단 중 7명의 연임을 결정한 조 회장이 유일하게 교체를 결정한 자회사가 신한DS였다. 신임 사장으로는 이성용 전 미래전략연구소 대표가 낙점됐다. 그는 일년 전 조 회장이 삼고초려 끝에 영입한 인사다.

그와 함께 지주에서 그룹의 디지털 전략을 총괄해온 조영서 본부장도 신한DS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신한DS의 서열 1,2위 경영진 모두 조 회장 시절 영입된 외부 전문가로 교체된 셈이다.

조 회장은 이 사장에게 그룹의 디지털 전략을 총괄하는 최고디지털책임자(CDO)까지 맡기며 힘을 실어줬다. 지주 내 임원이 담당해온 CDO를 자회사 사장에게 맡긴 이례적인 인사를 두고 내부에서도 적잖은 이야기가 오갔다.

신한DS는 아직 적자 회사다. 올해 1분기에도 지난해 4분기에 이어 9억원 순손실을 냈다. 하지만 새로운 디지털금융 생태계를 조성한다는 그룹의 방향성 아래 당장의 수익보단 중장기적 관점의 선행 투자가 불가피해 보인다.

신한DS가 이번 자본확충에 성공한다면 그룹의 디지털 전략을 좌우하는 핵심 자회사로 확실히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신한금융 그룹사 관계자는 "신한DS는 단기 수익에 기반한 자회사가 아니다"면서 "디지털을 해 보지 않은 전통적인 금융회사가 빅테크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자본확충을 대하는 관점도 달라져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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