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영 기자 = 부동산, 주식 투자에 이어 개인투자자들이 파생상품으로 투자의 보폭을 넓히고 있다.

올해 1분기 국제 유가 폭락에 원유선물 상장지수펀드(ETF)·상장지수증권(ETN) 투자로 쓰라린 손실에도 새로운 기회를 찾는 개미들은 유사해외통화선물(FX마진거래)로 시선을 돌렸다.

정부의 연이은 규제에도 부동산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랐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증 확산에 급락했던 주가지수가 V자 반등하면서 투자 이익에 대한 경험치가 높아진 탓이다.

2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KB증권은 오는 8월24일부터 FX마진거래 업무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FX마진 신규계좌개설과 신규진입 주문을 할 수 없으며, 올해 12월29일 오전 6시50분까지 기존 계좌의 보유잔고 청산도 완료할 방침이다.

KB증권 관계자는 "투자위험도가 큰 상품인 만큼 전반적으로 검토한 후 고객 보호 차원에서 한 결정"이라며 "FX마진은 장외거래가 대부분인데 이를 장내 거래로 선택과 집중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KB증권은 최근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에서도 해외부동산 사기와 관련해 100% 원금 상환을 결정하는 등 선제 대응에 나서고 있다.

현재 FX마진거래를 중개하고 있는 7개 회사는 KB증권, 브이아이금융투자, 삼성선물, 신한금융투자, 키움증권, 하나금융투자, 한국투자증권 등이다. 미래에셋대우를 비롯한 일부 증권사들의 경우 일찌감치 FX마진거래 업무를 접었고, 현재 남은 증권사들도 시스템이 구축돼 있으므로 거래를 유지하고 있다.

국내 투자자의 유사해외통화선물 거래는 대부분 손실계좌 비율이 더 높다.

올해 2분기 KB증권의 유사해외통화선물 이익계좌와 손실계좌 비율이 각각 42%:58%, 브이아이금융투자는 41%:59%, 삼성선물은 47%:53%, 신한금융투자는 34%대66%, 키움증권은 41:59%, 하나금융투자는 49:51%다.

한국투자증권만 이익계좌와 손실계좌 비중이 53%:47%로 이익계좌 비율이 높다.

FX마진거래는 10년 전 개인 투자자 손실과 사기 사례가 많아지면서 당국이 한 차례 고삐를 죄었던 분야다.

이후 거래대금은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연간으로 보면 FX마진시장은 지난해 거래대금이 854억556만7천달러 정도다. 이는 2009년 5천416억7천676만1천달러와 비교하면 6분의 1수준이다.

불법 중개업체들이 성행하자 금융당국은 개시증거금을 2009년 2%에서 5%로, 2012년에 5%에서 10%까지 올렸다.

증거금을 거래단위당 1만달러 수준으로 높여 아무나 쉽게 투자하지 못하도록 진입장벽을 만든 것이다.

당국 규제에 줄어들었던 FX마진거래는 최근 개인 투자자들의 위험자산선호가 커지면서 다시 고개를 들었다.

지난 3월 개인 투자자의 FX마진거래 금액은 총 213억5천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두 배 이상 급증했다.

하지만 증권사나 선물회사를 통하지 않은 사설 업체 거래의 경우 통화 가치가 오르거나 내리거나 50%의 확률로 투자해 수익을 낼 수 있다고 홍보하고, 실제 돈을 입금하면 되찾을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6월 1일 SNS를 중심으로 퍼지는 사설 FX마진거래에 소비자경보 '주의' 단계를 발령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높은 수익률로 투자자들을 유혹하는 FX렌트 등 업체는 증권회사 FX마진 거래를 모방한 도박에 불과하다"며 주의를 촉구했다.

하지만 이같은 개인투자자들의 파생상품 투자 열기에는 금융당국도 한몫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5월 파생상품시장 발전방안을 내놓으면서 개인투자자들에 대한 규제를 완화했다.

일반투자자의 기본예탁금이 1천만원 이상으로 완화됐고, 파생상품에 관한 사전교육도 1시간 이상으로 줄었다. 이에 개인 투자자들의 파생상품 시장 진출은 늘었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유가증권시장 거래량이 급증하면서 상대적으로 상승폭이 적어 보이지만 파생상품거래는 지난해 일평균 거래금액이 45% 이상 증가했다"며 "상반기중 파생상품시장에서 새로 개설된 개인 계좌는 1만9천~2만개 정도 늘었다"고 말했다.

sy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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