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증권시장 최고의 화제종목은 7월초 상장한 한 바이오기업이다. 공모주 청약증거금으로 역대 최고인 31조원이 몰렸고 상장 후 사흘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였다. 특히 상장 첫날에는 공모가의 2배 가격에 시가를 형성한 뒤 다시 상한가에 도달해 소위 '따상'을 기록하기도 하였다. 또 우리사주로 배정받은 직원들의 보유주식 가치도 급격히 늘어 퇴사하는 직원들이 나올 것이라고 하는 우스갯소리도 들렸고, 급기야 "우리사주는 퇴직금이라고 생각하고 본업에 충실하자"는 대표의 당부도 있었다고 한다.

이 기업은 국내 제약사 가운데 최초로 자체 개발한 신약을 임상단계가 아닌 상업화 단계에서 상장하는 업체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판매허가를 획득하는 쾌거를 이루어냈다. 그러나 대부분의 바이오기업처럼 이 기업 또한 설립 이후 현재까지 한 번도 이익을 낸 적이 없는 '만년 적자기업'이다. 즉 기업의 현재가치보다는 미래성장성을 인정받아 증권시장에 입성한 케이스다.

최근 몇 년간 증권시장에서는 혁신기업이 필요한 시기에 필요한 자금을 원활히 조달하여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요청에 따라 상장제도를 기업의 성장잠재력 중심으로 개편하여 상장의 문호를 확대하여 왔다.

특히 코스닥시장에서는 현재 이익을 내지 못하는 기업이라도 공모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해 성장 기반을 닦을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여러 형태의 특례상장 제도가 도입되었다. 그 방식도 기술성 평가를 거쳐 상장하는 기술특례, 테슬라(이익 미 실현) 요건, 성장성 특례, 사업모델기반 특례 등으로 다양화되었다.

특례상장 기업은 기술력이나 사업성 측면에서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하여 공모시장에서 비교적 높은 관심을 받는다. 바이오·헬스케어, IT, 4차 산업혁명 등 '핫한' 산업과 관련성이 많고, 지금 당장은 이익을 못 내더라도 성장가능성이나 잠재력을 중시하는 투자자에게는 매력적인 투자 대상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특례상장은 적자기업의 증시 입성을 의미하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가능성과 잠재력을 중심으로 가치를 평가할 수밖에 없는 구조, 상장 이후 산업 트렌드 변화, 기술개발의 지연이나 실패, 경영진의 모럴해저드 등 여러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어 투자 실패에 따른 피해가 일반상장보다 크게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일반기업도 마찬가지지만 미래 성장성만을 보고 증권시장에 입성한 기업에게는 투자자와 시장의 신뢰를 얻기 위한 부단한 노력이 요구된다. 시장이 신뢰할 수 있는 투명한 경영은 물론 투자자에게 기업경영 전반에 대한 충실한 '설명책임의무(accountability)'도 가져야 한다. 주주들의 공감을 얻지 못하고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키지 못하는 기업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매우 가혹할 뿐만 아니라 생존도 보장받을 수 없다. 미국 월가에서는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투자결정이나 불투명한 기업경영에 대해서는 보유 주식을 전량 매도하거나 경영진의 책임을 묻는 행동이 보편화 되었다. 이것이 월가의 법칙(wall street rule)이고 주주행동주의(shareholder activism)다.

증권시장이 건전하고 안정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상장기업, 투자자, 증권회사 등 시장참가자 모두가 제 역할과 책임을 다 해야 한다. 특히 시장의 중심에 있는 기업은 계속기업(going concern)으로 존속하기 위한 이윤 창출은 물론 법령과 규범, 윤리를 준수하고 기업 이해관계자의 요구에 적절히 대응하여 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책임 있는 활동(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을 다해야 한다.

특히 특례상장 기업은 창업의 주체가 경영진이고 연구·개발까지도 담당하는 경우도 많아 오너 한 사람의 판단과 역할에 따라 기업의 운명이 좌우되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이들 기업의 대주주와 경영진은 주주에 대해 무한 책임을 진다는 자세로 경영에 임하고 보다 엄격한 자기 절제와 기업가 정신의 발현이 요구된다.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통찰력, 새로운 것에 과감히 도전하는 혁신(innovation)과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으로 무장한 새로운 기업의 출현을 시장은 기다리고 있다.

"상장은 목표가 아니라 새로운 도전의 시작"일 뿐이라는 어느 상장기업 대표의 이야기 속에서 일부 기업에 대한 시장과 투자자의 우려는 기우가 되고 코스닥 상장기업이 대한민국 경제의 중추가 될 것이라는 확신과 기대를 가져 본다.

(김재준 전 한국거래소 코스닥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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