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종화 기자 = 우리나라의 한계기업 문제가 점차 심각해지는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을 구조조정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조조정 없이는 자칫 코로나19로 풀린 유동성이 한계기업을 지탱하는 데 쓰이고, 이는 전체 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구조조정을 위해 당장 한국은행이 통화정책으로 대응하기보다 정부가 미시적인 개혁 작업에 나서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분석했다.

22일 한은과 금융시장에 따르면 이자보상비율, 한계기업(이자보상배율이 3년 연속 1 미만인 기업) 비중 등 각종 경제 통계는 이미 우리나라 경제의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력히 시사하고 있다.

한은 자료에 따르면 외부감사를 받는 우리나라의 비금융 기업 가운데 이자보상비율이 100% 미만인 기업의 비중은 작년 34.1%로, 2017년의 28.3%, 2018년의 31.3%에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이자보상비율이 100% 미만이라는 것은 기업이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는 상황이라는 의미다.

송상윤 한은 경제연구원 미시제도연구실 부연구위원은 2010∼2018년 중 한계기업의 노동생산성이 정상기업의 48% 수준에 불과하며, 한계기업을 제외하면 제조업의 노동생산성을 4.3% 제고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 금융당국이 코로나19에 대응해 대규모 유동성을 풀면서 한계기업 문제가 더 심각해질 가능성이 커졌다.

한계기업이 저금리와 당국이 공급하는 유동성에 의존해 생존하면서 구조조정이 지연되고, 이는 전체 산업의 공급 과잉과 실적 저하로 이어져 다시 기업 부채를 증가시키는 악순환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은이 지난 6월 발간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충격을 받은 우리나라 기업이 필요로 하는 유동성은 54조4천억 원이고, 그 가운데 한계기업이 차지하는 금액은 전체의 28.6%인 15조6천억 원으로 분석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코로나19의 충격을 완화하는 한편으로 우리나라 산업의 체질 개선을 병행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된다. 다만 전문가들은 그 작업을 한은의 금리 조절보다는 정부의 미시적인 정책 대응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진일 고려대학교 교수는 "(구조조정은) 원칙적으로 당연히 맞는 얘기고, 경기 변동 사이클에서 적당한 조정은 일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이어 "다만 한은의 금리 조절보다는 특수목적법인(SPV) 지원 대상의 범위를 조절하는 등의 방법이 더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10조 원을 조성해 회사채·기업어음(CP)을 매입하는 SPV에서 구조조정 작업을 진행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얘기다. 이번 SPV는 지원대상에서 이자보상비율이 2년 연속 100% 미만인 기업을 제외하는 한편, 신용등급이 일시적으로 하락한 투기등급의 회사채도 매입할 계획이다.

한은 내부적으로는 구조조정 필요성에 무게를 두기보다 완화정책을 유지하려는 입장을 갖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16일 금통위 기자간담회에서 "실물경제는 여전히 부진이 이어지고 있고 전망도 불확실성이 매우 크다"며 "현재로서는 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통화정책에 모든 것을 다 고려하지만 경제 상황에 따라 더 중요한 것이 있을 수 있다"며 "한계기업 문제는 잠재성장률 제고를 위한 정부의 미시정책적 측면에서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jh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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