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정원 기자 = 중국이 미국 군수 기업 록히드마틴을 제재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중국이 사실상 미국과의 경제적 갈등에서 선택지가 별로 없다는 사실을 반영한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1일 보도했다.

중국은 대만에 무기를 판매하기로 한 록히드마틴에 제재를 예고했다.

록히드마틴은 백악관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 중국이 제재하기로 한 첫 번째 미국 기업이다.

다만 정확히 어떤 방식으로 제재할지에 대해서는 자세한 사항을 공개하지 않았다.

SCMP는 그동안 중국이 자국의 이익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미국 기업에 타격을 주기 위해 조심스러운 전략을 펼쳐왔으나 이번에는 록히드마틴이라는 기업 이름을 언급하면서 중국이 한 걸음 더 나서는 모습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동시에 중국이 미국의 거래제한(Entity List) 명단에 대응해 내놓겠다던 '신뢰할 수 없는 실체명단'을 1년이 넘도록 내놓지 않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가 지난해 하니웰, 오쉬코쉬, 제너럴다이내믹스 등이 신뢰할 수 없는 실체명단에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으나 중국 정부 당국 측은 해당 보도내용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또 매체는 미국이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 등에 제재를 가할 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주 다국적 기업 경영진들에 서한을 보내 시장 개방 및 개혁을 약속했다면서 이는 중국이 미국 기업을 제재하려 해도 외국인 투자 자금 유입이 줄어들 것을 우려해야 하는 모순적 상황을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경제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충격에서 벗어나게 하려고 노력하는 현시점에서 외국인 투자 자금 유입을 희생하면서 미국 기업을 제재하기에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SCMP는 말했다

이 때문에 애널리스트들은 중국 정부 당국이 실제로 미국 기업을 제재한다 해도 그 강도가 강하지 않을 것이며 제재 방법도 광범위하기보다 특정 목표만 타격하는 방식을 채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중국 인민대학교 국제관계학 교수이자 중국 국무원 자문인 스인훙 교수는 미국과 중국이 경제적, 기술적 레버리지에 있어서 막상막하인 상황이 아니어서 중국 정부가 록히드마틴 이외에 또 어떤 미국 기업을 제재대상으로 삼을지 가늠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최근 미국이 중국 언론사에 대한 제재를 가하면 중국도 미국 언론사에 대한 제재를 발표하고, 미국이 중국 관료들의 비자에 제재를 내놓으면 중국도 미국 관료들의 비자에 대해 제재를 가하고 있으나 비즈니스 측에서는 이런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방식을 채택하기 힘들다는 의미다.

중국이 글로벌 가치사슬에서 현 위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미국 기업들의 지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시 교수는 "이러한 미국과 중국의 차이점을 고려하면 중국이 (록히드마틴에 대한) 제재의 자세한 사항을 공개하지 않은 것이 현명한 선택"이라면서 "제재 사항을 낱낱이 공개했더라면 미국이 어떤 대응책을 내놓을지 예측 가능해질 것이며 이는 중국이 향후 전략을 짤 때 수동적인 위치에 서게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베이징 싱크탱크인 중국과세계화센터(CCG)의 앤디 목 선임 연구원도 "중국 입장에서 미국 기업에 일부 제재를 가하는 것은 중국에 큰 손실을 가져다줄 수 있다"면서 "미국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되어야만 미국 기업에 제재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은 어떤 액션을 취하고 싶어하지만 동시에 상황이 악화하는 것은 원치 않는다"고 덧붙였다.

jw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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