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제주항공이 23일 이스타항공 인수 포기를 공식 선언한 가운데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도 '노딜'로 끝날 것인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이스타항공에 이어 아시아나항공 딜까지 깨질 경우 항공업계 재편에도 차질이 빚어지는 것은 물론, 향후 계약 파기 책임을 두고 줄소송전으로 비화할 전망이다.

23일 투자은행(IB) 및 채권단 등에 따르면 HDC현산은 해외 기업결합심사 등 아시아나항공 인수 계약서에 거론된 주요 선행조건이 마무리됐음에도 채권단 등에 아직 인수 여부와 관련한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금호산업과 HDC현산이 지난해 12월 맺은 주식매매계약(SPA)에 따르면 양사는 선행조건이 모두 충족되는 날로부터 10일이 경과한 날까지 유상증자 및 구주매매계약을 마무리 지어야 한다.

HDC현산이 지난 3일 러시아로부터 기업결합심사 승인을 받았다고 발표한 점을 고려할 때 지난 13일까지 계약을 끝내야 했지만 HDC현산은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의 진술과 보장이 진실해야 하며, 확약과 의무가 모두 이행되는 등 다른 선행조건이 동시에 충족돼야 HDC의 거래 종결 의무가 발생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채권단도 다음 달 안으로 거래 진행이든 무산이든 결론을 내겠다는 입장이다.

'모든 조건을 원점에서 재검토하자'는 HDC현산의 요구를 수용했음에도 재협상에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지 않자 압박 수위를 높인 것이다.

앞서 HDC현산은 지난해 본계약 체결 이후 인수를 위한 상황 변화가 생겼다면서 산은 등 채권단에게 인수조건에 대한 재협상을 요구했고, 산은은 협상테이블에 직접 나와 구체적인 조건을 먼저 제시하라고 재요구했다.

지난달 말 정몽규 HDC그룹 회장과 이동걸 산은 회장이 전격 회동했지만, 구체적인 진전 상황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HDC현산은 이후 한 달이 다 되도록 아직도 산은 측에 구체적인 요구 조건을 제시하지 않은 상태다.

업계에서는 코로나19로 아시아나항공의 불어난 부채가 발목을 잡았다고 보고 있다.

HDC현산이 채권단에 재협상을 요구한 것도 계약 체결 당시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중대한 부정적 영향(코로나19)으로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이 지난해 2분기 말 대비 1만6126% 급증, 인수 가치를 훼손했다는 이유였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아시아나 부채비율은 6278.7%, 자본잠식률은 81.2%에 달한다.

제주항공이 코로나19라는 같은 이유로 이스타항공 인수를 미뤄오다 결국 계약을 파기한 상황에서 IB업계는 HDC현산 역시 제주항공과 마찬가지라는 입장을 내세워 아시아나항공 인수 포기를 조만간 공식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중재에 나섰음에도 불구하고 제주항공이 먼저 손을 들면서 HDC현산도 코로나19의 불확실성을 이유로 인수를 포기할 수 있는 명분이 더 생겼다"면서 "아직까지 HDC현산이 입장을 내놓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딜이 종료된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채권단도 내달 중순까지 HDC현산이 진전된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면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무산됐을 경우를 대비한 플랜B를 즉각 가동한다는 입장이다.

채권단은 다음 매수자를 찾기 전까지 정부가 마련한 기간산업안정기금을 통해 지원하고, 아시아나항공과 계열사인 에어부산, 아시아나IDT 등을 분리매각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HDC현산이 결국 계약을 파기할 경우 협상 테이블은 법정으로 자리를 옮겨 분쟁에 돌입하게 된다.

HDC그룹-미래에셋 컨소시엄은 금호산업에 구주 매각대금 3천228억원의 10% 해당하는 322억원을 계약금으로 지급했다. 또 신주 발행에 대한 이행보증금 2천500억원도 납부했다.

HDC현산 측은 계약서를 근거 삼아 아시아나항공의 회계처리가 문제가 있었다는 금호산업에 책임을 돌릴 것으로 보인다. 반면 채권단은 회계처리엔 문제가 없었고, 코로나19에 따른 불가항력적인 상황이 계약 파기의 핵심이라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항공업 최대 M&A 두 건이 모두 무산될 경우 정부와 채권단은 대량 실업 사태와 특혜지원 논란 등 어느 쪽으로도 자유로울 수 없어 고민이 클 것"이라며 "언제까지 고용유지지원금과 유상증자로 버틸 수만은 없어 줄도산 우려도 여전하다"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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