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홍경표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항공사들이 직격탄을 맞아 경영난이 가중되고, 향후 불확실성이 언제쯤 해소될지 알수 없는 상황이 이어지자 결국 국내 첫 항공사 간 인수·합병(M&A)이 무산됐다.

제주항공은 23일 "진술보장의 중요한 위반 미시정 및 거래종결기한 도과로 인해 기체결한 주식매매계약(SPA)을 해제했다"면서 이스타항공 인수 포기를 공식화했다.

제주항공은 작년 12월18일 이스타항공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올해 3월2일 SPA를 체결한 이후 인수 종결을 위한 작업을 벌여왔지만, 예상치 못한 코로나19로 인한 경영 불확실성에 결국 손을 들었다.

자본잠식 상태로 1천억원에 달하는 미지급금을 해결할 해법을 찾지 못한 이스타항공은 결국 청산 절차에 들어갈 가능성이 커졌다.

1천600여명에 달하는 이스타항공 직원들은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보인다.

제주항공은 정부가 나서 적극적으로 지원 의지를 보였고, 중재 노력을 했지만 인수를 강행하기에는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면서 인수 포기 배경을 설명했다.

아울러 주주를 포함한 이해관꼐자들의 피해에 대한 우려도 컸다고 토로했다.

제주항공은 명목상으로는 인수 계약 체결 이후 이스타항공의 재무적 불투명성이 확대됐고 이를 해소해야만 거래를 종결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에 따라 항공업황의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이스타항공의 부실이 제주항공으로 이전되면서 M&A에 따른 동반부실의 후폭풍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제주항공의 모그룹인 애경그룹 내부에서도 이러한 점을 고려해 인수를 포기해야 한다는 입장이 이전부터 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채형석 부회장을 만나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요청하고, 명확한 인수 의지를 보일 경우 산업은행 등을 통해 최대한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인수 포기 시점을 좀 더 미뤘다.

제주항공은 이달 15일까지 미지급금 해소 등 선결 조건을 이행하지 않으면 계약 해지를 통보할 수 있다는 공문을 이스타항공에 보냈고, 16일 이후 계약을 해지할 권리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미지급금은 250억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되는 체불임금을 포함해 조업료와 사무실 운영비, 보험료, 리스료, 유류비, 공항시설 이용료 등 1천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항공이 끝내 이스타항공 인수를 포기하면서 항공사 간 결합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시장점유율을 끌어 올려 선도 항공사로서 치고 나가려던 계획은 물거품이 됐다.

제주항공의 인수 포기로 이스타항공은 사실상 파산 수순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자력으로 1천억원에 달하는 미지급금을 갚을 능력이 없고, 정부나 금융권으로부터 지원을 받을 가능성도 사실상 크지 않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상직 의원 일가가 보유하고 있는 이스타항공 지분을 모두 헌납하겠다고 했으나 250억원에 달하는 임금체불을 해소하기에는 부족한 실정이다.이스타항공은 지난 1분기에 359억원의 영업손실을 냈고, 자본총계는 마이너스(-) 1천42억원으로 완전 자본잠식 상태다.

채권단을 통한 구조조정이 쉽지 않은 만큼 법정관리를 통한 청산 절차가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6개월 넘게 임금을 받지 못한 1천600명에 달하는 이스타항공 직원들은 M&A 무산으로 일자리를 잃게 됐다.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는 제주항공이 구조조정과 운항 중단을 지시한 만큼 임금 체불에 책임이 있으며, 이스타항공을 파산으로 내몰았다고 주장하고 있어 향후 법정 공방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제주항공도 인수 무산의 책임은 선행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이스타항공에 있다면서 계약금 115억원과 대여금 100억원 등 총 225억원을 돌려받기 위한 소송 제기를 검토 중이다.

한편, 이번 M&A가 무산되면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이 제주항공에 지원하기로 했던 1천700억원 규모의 인수금융도 없던 일이 됐다.

산은과 수은은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거래가 종결될 경우 여신심사위원회를 열어 1천700억원 지원안을 승인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M&A 자체가 결렬됨에 따라 금융지원의 명분도 사라졌다.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지난 16일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제43차 금융중심지추진위원회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인수 작업을 완료해야 1천700억원의 인수금융을 제공한다는 것이지 그냥 주겠다고는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기간산업안정기금 등의 형태로 지원받기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항공업은 기간산업안정기금 지원 대상 업종에 포함됐지만 총차입금 5천억원 이상, 근로자 300명 이상의 지원 요건에 해당하는 곳은 사실상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대형항공사(FSC) 뿐이다.

정부는 또 저비용항공사에 대해서는 기간산업안정기금을 통한 지원을 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한 상태다.

코로나19 이후 마련한 민생·금융안정 패키지 프로그램을 통한 지원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산은 등이 이스타항공에 대한 별도의 금융지원을 검토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안다"면서 "자력으로 회복이 불가능한 상태라 결국 파산 수순을 밟게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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