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노현우 기자 = 국내 경제가 급격히 축소되면서 추가 통화 확대정책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23일 발표한 '2020년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속보)'에 따르면 올해 2분기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기대비 마이너스(-) 3.3%, 전년동기대비 -2.9%를 나타냈다.

연합인포맥스가 지난 20일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전망치 평균 -1.96%(전기대비)를 크게 밑도는 결과다.

채권시장도 지표 악화를 전망했지만, 예상을 크게 벗어나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A 증권사의 채권 운용역은 "코로나19 충격이 2분기에는 그대로 반영된 데 따른 지표 악화는 전망했지만, 충격적인 수준이다"며 "대외수요 부진이 원인이라면 3분기 반등도 확신하기 어려운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3분기가 시작된 이달에도 수출은 부진 흐름을 이어갔다. 이달 1~20일 수출은 246억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로 12.8% 감소했다.

B 증권사의 채권 딜러는 "매파 기조를 보이던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최근 비둘기 변신 이유가 지표로 설명됐다"며 "추가 완화기대를 일으킬 수준이다"고 말했다.

한은이 당초 제시한 경제 전망에 따르면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0.2%로, 3분기까지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어나는 비관적 시나리오에서는 -1.8%를 예상했다.

이 총재는 지난 16일 금통위 기자간담회에서 "7월 2주가 흘렀는데 확산세가 오히려 가속하고 있고, 글로벌 경기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한국 수출은 2분기 이후에도 개선세가 지연될 수 있다"며 성장률 전망 하향 가능성을 예고한 바 있다.

올해 국내 경제가 한은의 비관적 시나리오를 따를 경우 추가 완화 압력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은의 당초 성장률 예상치(-0.2%)를 토대로 단순 추산하면 비관적 시나리오로 진행될 경우 80bp가량 인하 압력이 커지는 셈이다. 성장률과 물가 두 지표를 기준으로 한 단순 테일러 준칙을 적용한 결과다.

확진자 수가 3분기까지 늘고, 장기화가 예상된다는 점에서 현재 상황이 비관적 시나리오와 유사하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기준금리가 실효 하한에 근접한 상황이어서 인하 폭은 최대 25bp에 그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한은이 0.25% 수준까지 기준금리를 낮춘 후 양적완화를 시행한 호주 등 주요국 중앙은행의 행보를 따를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이 과정에서 부동산 시장 과열 등 금융불균형 위험이 계속 부각되면 추가 확대 정책으로 가는 문턱은 더욱 높아질 수 있다.

성장률 악화가 내수보다는 대외 영향을 많이 받은 만큼 추가 금리 인하 효과가 크지 않다는 점도 추가 행보를 주저하게 만드는 배경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경기가 바닥은 찍었다는 게 대부분의 판단이다"며 "대외수요가 부진한 상황에서 금리 인하에 따른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한은이 당분간 지켜보는 기조를 보일 것이다"고 전망했다.

박석길 JP모건 이코노미스트는 "3분기 경제지표 등을 통해 경기 반등을 확인하려면 8월 말은 돼야 할 것이다"며 "가능성은 있지만, 올해 하반기 중 큰 폭의 통화정책 변경은 어렵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hwroh@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2시간 더 빠른 10시 02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