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전소영 기자 = 지난 2분기 우리나라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2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올해 한국 경제가 한국은행의 비관 시나리오 쪽으로 이동할지 주목된다.

정부와 한은이 유례없는 확장적 재정·통화정책을 펴고 있음에도 성장률을 방어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결과물이 확인돼 경기 비관론은 더 확산할 전망이다.

한은은 23일 2분기 한국 경제가 전기대비 마이너스(-) 3.3% 성장했다고 밝혔다. 전년 대비로도 2.9% 감소했다.

올해 3분기와 4분기 각각 전기대비 3%씩 성장해야만 한은의 성장률 전망치 기본시나리오 달성이 가능하다. 사실상 한은의 기본 시나리오 달성이 어려워진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 금융통화위원회에서의 통화정책 방향도 2분기 성장률 부진 가능성을 이유로 성장률 하향 조정 가능성을 언급했다.

한은은 지난 5월 경제 전망을 통해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기본 시나리오로 -0.2%를 제시했고, 최악 시나리오의 경우 -1.8%까지 낮아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당초 한은이 제시한 기본 시나리오의 성장 경로는 상반기 -0.5%, 하반기 0.1% 성장이었다.

지난 1분기 성장률은 전년 대비 1.4%로, 2분기 속보치 -2.9%를 반영한 상반기 성장률 실적은 전년 대비 -0.8%다. 한은의 당초 전망치인 -0.5%와 괴리가 있다.

2분기 실적이 예상을 큰 폭 밑돈 것은 수출 부진과 함께 민간소비 실적도 예상보다 부진한 데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산 이후 가계 소득요건이 악화하고 고용 부진이 이어지면서 정부의 긴급 재난지원금에도 소비가 당초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수출도 전년 대비 기준으로 1974년 4분기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세계가 락다운되면서 한국 주력 수출품목인 자동차와 스마트폰의 해외 수요가 급감한 영향을 받았다.

정부는 올해 확장적 예산을 편성했고, 코로나에 따른 경기 방어를 위해 세 차례에 걸친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단행했다. 1, 2차 추경이 성장률 방어 역할을 일부 했음에도 2분기 성장률이 -3%대로 추락했다. 3차 추경은 7월 국회를 통과하면서 2분기 성장률에 반영되지 않았다.

한은 역시 기준금리를 연 0.5%까지 낮추고 무제한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을 하는 등 유례없는 완화적 통화정책을 실행했다. 그런데도 한은의 성장률 전망치를 밑돈 셈이다.

세계 경제는 한은이 제시했던 비관 시나리오에 근접하고 있다. 한은은 일일 평균 신규확진자 수가 7월까지 8~9만대에서 지속하는 것을 비관 시나리오로 가정했다. 각국 정부의 봉쇄조치 완화속도가 기본 시나리오보다 완만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은은 2분기 실적이 좋지 않지만, 하반기는 상반기보다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하반기 경제를 움직일 재료로 코로나 19 영향, 중국 경제와 국내 수출 흐름, 정부 정책을 꼽았다.

먼저 코로나 확진자 수가 눈에 띄게 줄어들지 않지만, 이동제한조치를 하지 않으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이전보다 제한적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중국 경제가 2분기 급반등한 것은 한국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중국의 2분기 성장률은 전년 대비 3.2%로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다. 중국 경제 반등은 국내 수출실적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월별 수출실적도 하반기 반등을 기대하는 요소다. 코로나로 락다운이 진행되던 4~5월은 수출이 급감했지만 6월 이후 전기대비로는 완만한 반등을 보이고 있다.

한은은 "중국이 코로나 진정 이후 성장률이 급반등한 것을 봤을 때 흐름이 유사할 수 있다"며 "정부가 경기 활성화를 위해 정책적 노력을 하고 있어서 정부 부문 노력이 성장률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1% 정도의 역성장을 기록하려면 오는 3분기와 4분기에 각각 약 1.8%씩 성장해야 한다.

syj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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