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민재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가계와 기업에 대출을 늘려준 은행들이 올 하반기 들어 당국의 건전성 관리 요구에 대비하면서 은행채 비중을 줄일 것으로 전망된다.

상반기 기준으로 올해 역대 최대 수준의 발행이 이뤄진 만큼 하반기부터 발행 규모가 다소 줄어든다면 신용스프레드도 축소 압력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이 지난 9일 발표한 '2020년 6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서 지난달 말 기준 은행권의 기업 대출은 6월 말 기준 946조7천억원으로 1개월 전보다 1조5천억원 늘었다.

은행들은 코로나19 사태 초기, 위기에 직면한 기업들을 위해 대출 문턱을 낮춰줬다.

그러나 수익성 및 건전성 등 펀더멘털이 악화할 우려가 제기되면서 하반기부터는 대출 요건이 다소 까다로워질 수 있다고 관측된다.

한은이 지난 13일 발표한 '2020년 2분기 대출행태 서베이' 결과에 따르면 올 3분기 중 국내 은행의 대기업 대출 태도는 -13으로 전분기(-10)보다 하락했다.

이 수치가 마이너스면 은행이 대출 태도를 강화할 것임을 의미한다.

그간 은행들은 대출 자금에 대한 부족분을 은행채 발행으로 조달했고,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제고를 위해 은행채를 찍으려는 움직임도 있었다.

연합인포맥스(화면번호 4204)에 따르면 올해 들어 6월까지 발행된 은행채 규모는 87조9천200억원으로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 수준이다.

여기엔 산업은행이나 중소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들이 기업의 조달을 지원하기 위해 특수은행채 발행을 늘린 영향이 컸다.

다만 하반기부터는 50조원 규모로 꾸려진 저신용등급 회사채ㆍ기업어음(CP) 매입기구(SPV)와 기간산업안정기금 등이 기업과 금융시장 안정화 지원방안의 주축이 될 전망이다.

일반은행채는 특수은행채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지만 부동산 규제 강화에 따른 주택담보대출 감소 등 영향으로 발행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채 신용스프레드('AAA'급ㆍ3년만기 기준)는 연초 22.1bp에서 출발해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한 3월부터 급격하게 확대했다.

3월 말 31bp대 이상으로 벌어진 스프레드는 서서히 축소해 전일 기준 26.6bp를 나타냈다.

하반기 발행 감소로 수급 부담을 덜어낸다면 은행채 신용스프레드 축소는 더 탄력을 받을 것으로 분석됐다.

윤원태 SK증권 연구원은 "특수은행은 금융시장 안정화를 위해 상반기 은행채 발행을 확대했지만 금융시장이 안정된 모습을 보이면서 역할이 상대적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하반기에는 상반기 대비 은행채 발행이 감소하고 공사채 발행이 확대하면서 공사채 대비 은행채가 강세 전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은행채 신용스프레드 추이('AAA'급ㆍ3년만기 기준)>

m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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