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인수를 결국 포기하면서 모회사인 애경그룹의 사업 전략도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당장의 불확실성을 해소하며 재무 부담을 덜어낸 건 사실이지만, 항공업 확장을 통해 그룹의 외형을 키우고 성장력을 높이려던 계획이 사실상 좌절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애경그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항공업이 악화한 상황에서 인수를 강행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보다 '승자의 저주'를 피하는 쪽으로 결정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가 최대한 지원하겠다며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서 달라고 요청했지만, 이스타항공의 부실이 제주항공으로 이전되면서 애경그룹 전체가 인수·합병(M&A)에 따른 동반 부실의 후폭풍을 감당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더 컸다.

이번 딜 무산으로 애경그룹은 자금 부담 우려가 사라지게 됐다.

이스타항공의 올해 1분기 자본 총계는 -1천42억원으로, 이미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있다.

여기에 이스타항공의 미지급금은 체불임금 250억원을 포함해 1천700억원 넘게 쌓였다.

코로나19 장기화로 항공산업이 언제 회복될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스타항공 운항 재개나 정상화를 위해 쏟아야 하는 자금이 수천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다.

당장 항공업을 영휘하기 위한 면허를 유지하려면 연내 자본확충도 불가피했다.

방민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계약 해제로 200억원 가량의 손실을 볼 가능성이 있으나 인수 강행에 따른 재무적 부담을 덜게 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며 "코로나19로 인한 항공산업 회복이 매우 더딘 상황으로 최소 2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안진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스타항공 인수 여부는 제주항공의 유동성 리스크 요인이었으나 이에 따른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면서 "저비용항공사(LCC)의 구조적 재편 가능성이 커진 상황에서 제주항공 자체적으로도 유상증자 등을 통한 자금 확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애경그룹은 아시아나항공에 이어 이스타항공까지 항공사 인수가 좌절되면서 그룹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다시 찾아야 할 처지가 됐다.

애경그룹은 화장품, 백화점, 생활용품과 화학, 항공운송 등을 주요 사업으로 영위하고 있는데 올해 코로나19로 주요 사업 부문들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전방위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올 1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0.3%, 45.3% 감소한 데 이어 2분기에도 매출은 15%, 영업이익은 25%가량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애경그룹은 수년 전부터 항공 부문을 그룹의 핵심축으로 키우기 위해 항공사 인수를 추진해왔다.

지난해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서도 "애경그룹만이 유일하게 항공 운송산업 경험을 갖춘 전략적투자자(SI)다"라며 국내 최대 항공 그룹으로 발돋움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애경그룹은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 컨소시엄에 패한 뒤 좌절하지 않고 곧바로 이스타항공 인수를 추진했다.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을 인수하면 규모의 경제를 활용한 원가절감과 유연한 노선 활용, 점유율 상승 등이 가능해 다양한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해 왔다.

하지만 코로나19라는 예상치 못한 변수로 항공사 인수가 당분간 어려워짐에 따라 항공산업을 미래 먹거리로 키우려 했던 계획도 사실상 어그러졌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이스타항공과 주식 매매계약(SPA)까지 맺은 상태에서 인수를 포기했기 때문에 향후 M&A를 재추진한다고 하더라도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화장품 산업 등이 정체된 상황에서 애경그룹은 하루빨리 중장기적인 성장 동력을 다시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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