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강수지 기자 = 달러 인덱스가 2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서울 외환시장의 관심은 달러화 약세가 얼마나 더 이어질지에 쏠렸다.

통상 위험회피 심리가 강해지는 상황에서는 안전통화로 인식되는 달러화의 가치가 상승하기 마련이지만, 최근 상황은 평소와 다르게 전개되는 모습이다.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27일 최근 달러 약세는 미 경기 부진 우려로 인한 글로벌 투자자들의 달러 매도에서 비롯된 만큼 달러 약세가 곧 달러-원 하락을 의미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합인포맥스 달러 인덱스(화면번호 6400)에 따르면 지난 24일 주요 6개국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는 94.346을 기록하며 2018년 9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올해 3월 초 달러 인덱스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더믹에 연방준비제도(Fed)가 전격 금리 인하에 나서며 국채 금리가 급락한 영향을 받아 94.619수준까지 하락했다.

이후 혼란기 달러화 수요 급증으로 급등하며 지난 3월 20일에는 102.990으로 2017년 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상승했다.

달러난 해소에도 안전 선호가 지속하며 100을 중심으로 등락했던 달러 인덱스는 지난 5월 말 경제회복 낙관론에 96~98 레인지까지 레벨을 낮췄다.
 

 

 

 


다만, 6월 말부터 전개된 달러 인덱스 하락 시도는 이전과는 양상이 사뭇 다른 모습이다.

환시 참가자들은 경제 재개의 부작용으로 미국에서 코로나19가 다시 확산하는 가운데 유로화 강세와 미·중 갈등 우려 등 글로벌 투자자들 사이에서 미국 경제에 대한 낙관적인 인식이 사라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동안 달러 가치를 뒷받침한 것은 안전피난처로서의 달러 수요도 있었지만, 주요국 경제에 비해 미국의 경기 회복이 빠르게 나타난 영향도 있었는데, 이 기대가 약화하면서 달러 매도가 나타난 것이다.

5월 말 6월 초의 달러 하락세가 미국 경기 회복 기대에 위험선호 심리가 강해진 영향이었다면, 7월 들어 달러 하락세는 미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작용했다.

달러 인덱스는 지난주 1.58% 내려 3월 말 이후 주간으로 가장 큰 하락률을 나타냈다.

한편, 달러화 약세의 직접적인 원인인 유로화는 닷새 연속 상승하며 2018년 10월 초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유럽연합(EU)의 코로나19 회복기금 합의에 힘입어 유로-달러 환율은 기술적으로 중요한 저항선인 1.16달러 선을 넘어서며 상향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서울 환시 참가자들은 당분간 유로 강세가 이끄는 달러 약세가 더 이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달러 가치가 2018년 4분기 이후 최저점을 기록 중이지만, 기술적인 하락 모양새를 보더라도 현재 흐름이 더 이어질 듯하다"며 "주요 원인인 유로화 강세는 유럽 공동기금 설립이 촉매제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6월 중순 이후 미국 고용지표가 다시 악화되고 실업수당도 이달 말 종료된 후 연장 불확실성이 있어 회복 모멘텀이 약해진다"며 "미국 확진자 수가 꾸준히 증가하는 반면 유럽이 그렇지 않다면 현재 약달러는 더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달러화가 안전통화답지 않은 흐름을 보이면서 달러-원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주 달러-원 환율은 달러 약세 지속에 하락세로 방향을 전환하는 듯했으나 미·중갈등이 심화하면서 다시 1,200원 위로 레벨을 높였다.

A 은행의 외환 딜러는 "시장은 달러 약세가 지속하면서 어느 정도 하락세를 준비하는 모습이었다"며 "그러나 미국 내 중국 총영사관 폐쇄에 중국이 똑같은 방식으로 보복하면 위험 회피 분위기가 다시 심화했다"고 말했다.

B 은행의 외환 딜러는 "달러 약세가 지속하더라도 글로벌 위험회피 심리가 강화되면서 달러-원은 상승할 수 있다"며 "불확실성이 더 커진다면 달러화가 다시 안전 통화로 선호될 수 있어 추이를 살펴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특히, 주가가 달러 강세 전환의 트리거가 될 수 있다"며 "미·중갈등과 코로나19가 증시 랠리를 되돌릴지 주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달러화가 주요 기축 통화에 대해 약세를 보일 뿐 신흥국 통화에는 여전히 안전통화의 역할을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C 은행의 외환 딜러는 "미국 재정지출은 계속 늘고, 코로나19 확산세도 지속하는 점 등이 달러 약세를 견인하고 있다"며 "그러나 이는 엔이나 유로, 금 등 다른 대체 기축통화나 안전자산에 대한 약세지 신흥국 통화에는 여전히 달러가 안전 통화"라고 전했다.

그는 "유로화 강세가 이어지면 원화도 따라갈 수밖에 없는데 유럽도 바캉스 시즌이 돌아오면서 숨 고르기에 나설 수 있다"고 덧붙였다.

s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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